군 가혹행위로 생긴 조울증도 유공자 요건에 해당

군대 선임병에게 가혹 행위를 당해 생긴 조울증도 국가유공자 요건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9단독 노유경 판사는 이모(35)씨가 서울북부보훈지청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 등록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1999년 11월 입대한 이씨는 선임병들로부터 ‘낙하산으로 연대 본부에 배정받았다’며 따돌림을 당하고 폭언과 구타에 시달리는 등 군 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이씨는 만기 전역을 앞둔 2002년 1월부터 급격한 감정변화 및 충동적인 언행, 애정망상 등 조울증 증세를 보였고 10년간 계속된 증세로 정신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 이씨는 “군 가혹행위로 조울증에 걸렸다”며 서울북부보훈지청에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을 냈으나 “군 직무수행으로 인한 결과로 볼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엄격한 규율과 통제가 일상화된 폐쇄적인 군 생활 중 겪은 가혹 행위의 내용과 정도가 가볍지 않다”며 “이씨가 군 복무 중 받은 스트레스 외에 조울증의 발병 원인이 될 만한 다른 소인은 찾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자신의 무릎 통증도 국가유공자 요건에 해당한다는 이씨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