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돈과 힘은 피로 물들었다. 지옥에 떨어지지 않도록 회개하고 악행을 멈춰라."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 로마의 성그레고리오 7세 교회에서 열린 기도회 중 이렇게 설교했다. 누구를 향해 이런 섬뜩한 말을 한 걸까. 이탈리아 조폭 마피아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마피아 범죄 희생자 유족 약 700명과 만났다. 마피아에 희생된 사람 842명의 이름이 거명된 뒤 교황은 유족들에게 "고통스런 기억을 들려줘 고맙다"고 인사하면서 마피아를 향해서는 "피 묻은 돈은 천국에 들일 수 없으니 모두 버려라"고 말했다.
교황의 권위가 대단한 것은 맞지만 마피아라고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조직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대상이 누구인지 가리지 않고 암살과 테러를 저지른다. 이탈리아 판사도 총리도 그들에게 당한 적이 있다. 개혁의 기수 프란치스코 교황이 암살 당할 지 모른다는 우려가 계속 나오는 이유다.
외신에 따르면 마피아의 불만이 커지는 이유는 그들이 돈세탁의 창구로 이용해온 가톨릭 자산관리 조직을 교황이 대대적으로 개혁하려 들기 때문이다. 교황은 지난 2월 현 교황청 '재무관리국'을 대신하는 '재무부' 신설 명령을 발표했다. 담당 장관에는 적극적인 개혁파인 호주 시드니 대교구의 조지 펠 추기경을 임명했다. 지난 15일에는 재무부를 감독할 평의회도 설립했다. 모두 15명의 의원 중 7명이 교회 외부의 금융계 인사다.
마피아가 주목하는 것은 흔히 '바티칸은행'이라고 부르는 종교사업협회의 개혁이다. 60억유로(9조원)에 이르는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이 조직의 성직자 계좌 중 이탈리아 정치가와 마피아의 차명계좌가 있다는 소문이 적지 않았다. 협회 사무국장 등 오랫동안 조직에 몸담았던 인물들이 쫓겨났고, 회계를 책임지던 사제는 자금세탁 혐의로 이탈리아 당국에 체포됐다. 지난 1월에는 협회 감독을 맡던 추기경 5명 중 4명이 바뀌었다.
이 때문에 오스트리아 게라스수도원장 등을 지낸 고위성직자인 요아힘 앙겔러는 최근 낸 라는 책에서 "교황이 암살 당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1993년 마피아가 시칠리아 성직자를 암살한 사례를 들며 마피아는 새 교황을 "우리 영역을 침범했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마피아와 함께 교황의 개혁으로 "자신들의 권한이 위협 받는다"고 느끼는 교회내 보수파들도 새 교황에 적대적인 분위기다. 실제로 교황이 지난해 7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제28회 청년가톨릭신자 연차대회 참가를 위해 브라질을 방문했을 때는 설교가 예정된 성당 화장실에서 행사 직전 폭탄이 발견된 일도 있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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