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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3월 24일] 타타르의 눈물

입력
2014.03.2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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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의 후예인 타타르족은 주로 구 소련권에 흩어져 있다. 전체 550만명 중 300만명이 러시아에서 자치공화국을 이루고 산다. 크림반도의 타타르인을 비롯한 나머지는 우크라이나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에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15세기말 오스만투르크의 속국이 될 때까지 크림반도를 지배한 민족이 바로 타타르인이다. 이슬람(수니파)인 이들은 18세기 초까지 투르크와의 노예무역으로 번성했다. 당시 300만명이 넘었던 노예 중 대부분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벨로루시 등 슬라브인들이었다.

■ 크림 타타르는 러시아_투르크 전쟁의 와중이던 1783년 러시아에 병합됐다. 1917년 제정 러시아 붕괴로 잠시 독립적 지위를 누렸던 크림 타타르는 이듬해 볼셰비키 혁명으로 소련에 강제 편입됐다. 1954년 흐루시초프가 크림을 우크라이나에 넘기면서 형식적으로 소련의 손아귀에서 벗어났지만, 이미 영향력을 상실한 타타르는 우크라이나와 소련 양쪽에서 천덕꾸러기 소수민족이었다.

■ 크림 타타르는 제정 러시아 시절부터 거듭된 참극을 겪었다. 투르크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예카테리나 여제는 종교와 인종이 다른 타타르족 말살정책을 폈다. 5,000만명에 달했던 타타르인 중 불과 30만명만이 살아남았다. 1921년 소련 대기근 때는 10만명이 굶어 죽었다. 1944년엔 나치에 부역했다는 이유로 대거 중앙아시아로 쫓겨났다. 이 과정에서 20만명 중 절반이 기근과 질병으로 숨졌다. 스탈린의 이른바 '특별정착'이다. 극소수가 고르바초프의 개혁ㆍ개방과 소련 붕괴 이후 고향으로 돌아왔다.

■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크림 합병으로 타타르와 러시아의 악연이 다시 시작됐다. 타타르인이 합병을 결의한 주민투표를 보이콧, 러시아 귀속에 반대하자 러시아계가 다수인 크림 자치공화국은 '사회적 목적'을 이유로 타타르인에게 거주지를 내놓고 크림 내 다른 곳으로 이주하라고 명령했다. 스탈린 이후 정확히 70년만이다. 우크라이나의 타타르인 98%가 크림반도에 산다. 크림 인구 200만명 중 25만명 정도다. 이들은 또 어디로 가야 하나.

황유석 논설위원 aquq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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