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공장이 바다로 간다

입력
2014.03.23 11:00
0 0

한국이 조선과 반도체 산업 강국이 된 것은 조선 반도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란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 동안 조선산업은 세계 1, 2위를 다투며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우리가 일본을 추월하였듯이, 중국이 곧 우리를 추월할 처지에 놓여있다. 따라잡는 것보다 1위 자리를 지키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 이제는 고부가가치 선박 해양플랜트 심해잠수정 수중로봇 등 한 단계 높은 기술력으로 국제적인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

정부는 최근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13대 미래 성장동력을 선정하고,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가시적 성과가 날 수 있는 것을 집중해서 육성하기로 했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선정된 9대 전략산업을 살펴보면 5세대 이동통신, 심해해양플랜트, 스마트자동차, 지능형 로봇, 착용할 수 있는 스마트기기, 신재생에너지 하이브리드 시스템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 가운데 심해해양플랜트와 신재생에너지는 바다와 관련이 있다.

한자와 영어가 만나 만들어진 하이브리드 용어 해양플랜트는 말 그대로 바다의 공장이란 뜻이다. 우리는 바다에서 원유나 가스를 생산하는 거대한 구조물 모습에 익숙하기 때문에 해양플랜트하면 흔히 이런 원유나 가스 생산 설비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해양플랜트는 넓은 의미로 해양 신재생에너지, 해수담수화, 심해저 광물자원 등 해양 자원 개발과 해양 환경 모니터링에 관련된 다양한 장비와 해양건축물도 포함한다.

해양플랜트 산업은 왜 미래 산업으로 주목 받을까? 개발도상국의 빠른 경제 성장으로 에너지 수요 증가와 자원 부족이 당면 과제가 되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 동안 기술 부족이나 높은 개발 비용으로 손대지 못했던 심해 자원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세계 원유 시장에서 심해 유전에서 공급되는 원유의 비율은 2000년 2%에서 2010년 8.5%로 늘어났고, 2025년에는 13%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심해 자원을 이용하려면 당연히 심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장비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해양플랜트 시장 규모도 2010년 1,400억 달러에서 2020년 3,200억 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우리나라의 해양플랜트 수주 규모도 늘어나고 있다. 현재 세계 해양플랜트 수출 시장을 주도하는 우리나라의 수주 실적도 2008년 161억 달러에서 2012년 218억 달러로 늘어나는 추세이다.

심해 석유시추시설을 운영하다 보면 예기치 않은 사고가 날 수도 있다. 2010년 미국 루이지애나 주 인근 멕시코 만에서 발생한 딥워터 호라이즌(Deepwater Horizon)호 사고가 그 한 예이다. 심해 유전에서 원유가 유출되는 바람에 멕시코만 최악의 해양오염 사고가 발생하였다. 당시 원유 유출을 차단한 것은 심해무인잠수정이었으며, 해양환경 모니터링에는 심해유인잠수정이 활용되었다. 향후 심해해양플랜트가 늘어나게 되면 관리와 운영을 위해 심해 유ㆍ무인잠수정의 활용도는 더욱 커질 것이다.

해양플랜트 산업을 키우기 위한 준비가 한창 진행 중이다. 부산에는 심해해양공학수조가 건설되고 있다. 심해 환경을 재현할 수 있는 이 시설은 심해 해양플랜트는 물론 심해잠수정 등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인프라다. 한편 경남 하동에는 해양플랜트종합시험연구원이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경남 거제에는 해양플랜트산업지원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최근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대덕분원은 부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로 독립하였다.

심해는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블루오션이다. 그래서 공장이 바다로 가고 있다. 심해해양플랜트 산업이 꽃 피려면 해양공학은 물론 해양과학 발전이 전제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해양 관련 산업은 국제경쟁력 10위권 안에 들어있지만 해양과학기술 수준은 아직 그보다 뒤쳐져 있다. 기초가 되는 해양과학기술 육성과 해양 전문 인력 양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심해해양플랜트는 사상누각, 아니 해상누각이 될 수도 있다.

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UST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