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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심한 거수기 '공기업 이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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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심한 거수기 '공기업 이사회'

입력
2014.03.23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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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스공사는 부채비율이 2012년 385%에 달한 대표적 부채 중점관리 대상기관이다. 그러나 경영을 감시해야 할 한국가스공사 이사회는 지난해 꿀 먹은 벙어리였다. 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alio.go.kr)에 따르면 가스공사 이사회는 지난해 19번 회의를 열고 중요한 사업결정 70건을 내리면서 단 한 건도 원안을 기각하지 않았다. 회의록에는 '특별한 발언 내용 없음'이란 문구만 가득했다.

공기업 이사회는 민간기업 이사회보다도 더 심했다. 주주를 대신해 감시 역할을 맡는 민간기업 이사회보다 국민을 대신해야 한다는 점에서 책임이 훨씬 더 막중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그저 안건마다 열심히 손만 들었다.

23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공공기관 중 가장 감시가 철저히 이뤄져야 할 '시장형 공기업'(자산 규모 2조원 이상, 총 수입 중 자체 수입액 85% 이상) 14곳 중에서 한국가스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8곳 이사회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안건을 단 한 건도 기각하지 않았다. 이사진들의 그야말로 철저히 '거수기' 역할만 해온 것이다. 안건 기각 건수가 5건 이하에 그친 시장형 공기업도 한국전력공사 등 5곳이었다.

이는 민간기업 이사회보다도 못한 수준. 공정거래위원회가 2012년 5월부터 작년 4월까지 1년간의 이사회 안건을 분석한 결과 6,720건 중에서 사외이사 반대 등으로 원안대로 처리하지 못한 안건이 25건(0.37%)였다. 1년 전에는 36건이었다. 극히 미미한 수준이기는 해도 공기업 이사회보다는 그나마 제 목소리를 냈다는 얘기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공기업과 다퉈서 좋을 게 없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며 "안건에 반대하면 경영진과 사이가 나빠지고 재임명도 안 되는 만큼 열심히 감시할 이유를 못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 위원으로 활동했던 박진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정부나 정치권이 내려 보낸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도 문제를 키운다"고 지적했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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