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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먹잇감 널렸다"… 종로 금은방은 '세파라치'의 블루오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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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먹잇감 널렸다"… 종로 금은방은 '세파라치'의 블루오션

입력
2014.03.21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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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 종로의 한 귀금속 가게에 국세청으로부터 과태료 고지서가 날아왔다. 액수는 900만원. 현금영수증을 발행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작년 10월 현금영수증 의무발행 업종에 '시계 및 귀금속 소매업'이 포함되면서 30만원 이상 현금 판매의 경우 소비자가 요청하지 않아도 발행해줘야 하는데 이를 어겼던 것. 이 가게에 손님을 가장한 '세파라치(세금+파파라치)'가 찾아와 금을 구매한 후 국세청에 신고했다. 금팔찌, 금목걸이, 금반지 등 1,800만원어치를 구매했던 세파라치는 신고포상금으로 300만원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금은방이 세파라치들 사이에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금은 다이아몬드나 루비 등 다른 귀금속보다 환전성이 좋아 빨리 현금화할 수 있는 데다가 고가여서 포상금 규모를 키울 수 있어 세파라치들의 주요 표적이 된다. 세파라치 출몰이 빈번해지면서 종로 귀금속 상가에는 비상이 걸렸다. 현금영수증을 발행해 주자니 세원이 노출되고 발행해주지 않자니 과태료 폭탄을 맞을 위험이 커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종로구 봉익동 귀금속 업계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금 세파라치에 걸려 과태료 처분을 받은 곳만 26개 업체에 달한다. 이마저도 연합회 등을 통해 알려진 것만 집계한 것으로 이미지 타격을 우려해 처분 사실을 알리지 않는 업체가 더 많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금 세파라치가 종로 일대를 본격적으로 휘젓고 다니기 시작한 것은 2월 중순 경이다. 귀금속에 대한 현금영수증 미발행에 대한 신고포상제가 실시된 것은 올해 1월 1일부터. 처음에 신고가 제대로 되겠느냐는 회의도 있었지만 몇몇 금 세파라치들이 성과를 거뒀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2월부터 신고가 크게 늘었다. 특히 올 7월 1일부터는 판매액 10만원 이상이면 무조건 현금영수증을 발행해줘야 하기 때문에 금 세파라치의 활동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금 세파라치들이 종로로 모이는 이유는 세원 노출을 꺼리는 현금영수증 미발행 업자가 많아 속칭 '먹잇감'이 널린데다 포착이 쉽고 포상금이 두둑하기 때문이다. 쓰레기 불법투기를 감시하는 '쓰파라치', 슈퍼마켓에서 일회용봉투를 무료로 주는지 감시하는 '봉파라치' 등보다 증거확보가 쉽고, 포상금도 훨씬 크다. 식당에서 10만원어치 음식을 먹고 영수증 미발행으로 받는 포상금은 2만원이지만, 1,000만원어치 금을 사고 받는 포상금은 200만원에 달한다. 파파라치 양성 학원인 H사 관계자는 "1회 포상금 한도가 300만원이며 1년에 1인당 1,500만원이 한도인데 가족 중 누가 신고하든지 상관 없다"며 "4인 가족이면 1년에 최고 6,000만원을 벌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양성학원 R사 관계자는 "우리 학원에서 배운 사람들 중 금은방만 전문적으로 출입하는 사람이 500여명 된다"며 "전국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높은 환전성도 금 세파라치가 몰리는 이유로 꼽힌다. 금은 1,000만원어치를 구입한 후 곧바로 970만~990만원에 내다팔 수 있지만 다이아몬드는 950만원 수준에 그친다. 업계관계자는 "금을 1,000만원어치 매입한 뒤 판매업자가 현금영수증을 발행하지 않으면 포상금 200만원을 받을 수 있고, 발행하더라도 환매로 손해 보는 금액이 20만~30만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귀금속 업계는 비상이다. 종로5가 S 귀금속 가게 사장은 "최근 금 세파라치들에게 걸려 과태료를 물었다는 업체가 늘어, 처음 매장을 찾은 사람이 금을 대량 구입한다고 하면 없다고 둘러대 돌려보내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귀금속 가게 사장은 "몰래카메라가 달려있을 우려가 있어 가방을 메거나, 안경을 낀 사람은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며 "대화 녹음도 제출하면 국세청이 증거로 인정해 사실상 세파라치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털어 놓았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성지은 인턴기자(이화여대 언론정보학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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