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의 한 중학교에 입학한 A(13)군은 줄곧 동급생 B군의 카카오톡 메시지 공세에 시달했다. "초등학교 때 잘 나갔다며? 한판 붙자" "피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에 며칠 간 잠을 못 이룬 A군은 용기를 내 '117 학교폭력 신고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경찰은 카톡 메시지 등을 토대로 B군을 조사 중이다.
전국 16개 지방경찰청에 설치된 117센터 통계를 보면 학교폭력 피해 신고가 집중되는 시기는 4,5월이다. 학교폭력 위험 시즌을 앞두고 경찰과 교육당국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21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17센터에 접수된 전국의 학교폭력 피해 신고는 총 10만1,524건으로, 하루 평균 278건에 달했다. 월별로는 4월이 1만2,203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5월(1만2,026건) 6월(1만896건) 3월(1만575건) 순이다.
경찰은 학급 편성 뒤 고개를 들기 시작한 학교폭력이 3월 한달 간의 탐색기를 거친 뒤 4, 5월에 절정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4월 하루 평균 피해 신고는 406.8건으로 12개월 중 유일하게 400건을 넘었다. 올해도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달 1~17일 피해 신고는 하루 평균 191건으로, 1월(99.4건)과 2월(139.6건)보다 크게 늘었다.
경찰은 4월 말까지를 학교폭력 집중관리 기간으로 정해 학교 전담경찰관과 책임교사 간 간담회를 정례화하고 경-학 핫라인 구축에 열중하고 있다. 학생들이 피해를 당했을 때 바로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교내 게시판과 가정통신문 등을 활용해 전담경찰관 이름과 연락처를 알리는 한편 올해부터 운영하는 스마트폰용 '117 채팅신고 앱'도 홍보 중이다.
교육부도 지난 14일 관련부처들과 긴급 차관회의를 갖는 등 학교폭력 예방에 분주하다. 교육부는 이달 말까지 전국 모든 학교의 폐쇄회로(CC)TV 설치ㆍ운영 현황과 외부인 출입관리 상황 등 교내 안전 실태를 집중 점검한다. 전국의 치안센터 20곳을 리모델링해 학생들이 역할극이나 조사관 체험 등을 통해 학교폭력의 폐해를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하는 '청소년 경찰학교'도 8월까지 경찰청과 함께 시범 운영한다.
최근 몇 년간 정부 차원의 학교폭력 집중단속으로 올해는 신고건수 자체가 줄어들었다. 친구나 목격자, 교사 등의 신고보다 본인 신고 비율(77%)이 높아진 것도 긍정적인 신호다. 그래도 경찰과 교육당국이 노심초사하는 것은 심각한 학교폭력이 발생해 사회적 이슈가 되면 그간 들인 노력이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학생들 사이에 서열이 형성되는 학기 초에 예방 조치를 적극적으로 펼쳐 학교폭력이 싹트고 자라기 어려운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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