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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현금서비스보다 낫다" 급전 필요한 서민들 기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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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현금서비스보다 낫다" 급전 필요한 서민들 기웃

입력
2014.03.2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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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생 송모(33)씨는 얼마 전 급하게 돈이 필요했다. 300만원 한도의 신용카드가 있어 현금서비스를 받을까 생각도 했지만, 신용등급이 하락될 것이 걱정됐다. 송씨는 여기저기 수소문 끝에 순금을 판다는 한 업체에 전화했다. '전화 한 통이면 단박에 OK'라는 설명처럼 어렵지 않게 200만원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신용카드로 순금을 구입한 뒤 되파는, 소위 말하는 '금(金)깡'을 한 것이다. 불법이 아닐까 걱정이 됐지만, 실제 물건을 사고파는 거래를 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업체 설명에 다소 마음이 놓였다. 수수료로 30여만원이 들었지만, 따져보면 현금서비스 수수료보다 적다 싶었다. 송씨는 "대부업체 같은 곳에서 돈을 빌렸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기도 전에 신용불량자 낙인이 찍히지 않겠냐"며 "24개월 할부로 구입해서 할부수수료 부담이 들긴 했지만, 돈을 나눠서 갚을 수 있는 만큼 오히려 상환부담은 덜하다"고 말했다.

수년 전부터 암암리에 있어왔던 '금깡(금할인)'이 최근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금값이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나빠진데다, 거래마저 크게 줄어들면서 일부 귀금속판매업체들이 '금깡'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등록 대부업의 법정 최고이자율이 계속 낮아지면서 돈떼일 염려가 없는 '금깡'에 뛰어드는 대부업체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여기에 저신용자에 대한 금융기관의 문턱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급전이 필요한 서민이나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손쉽게 현금을 유통할 수 있는 '금깡'을 찾는 수요도 늘고 있다.

20일 귀금속 가게가 몰려 있는 서울 종로구의 후미진 골목. '순금은 곧 현금' '급한 필요하신 분 카드로 순금(24K) 사세요' '고가매입 도매시세 판매'라는 문구가 적힌 전단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5년간 금은방을 운영했다는 A씨는 "전단지 문구는 금깡을 해주겠다는 광고"라며 "신용카드로 금을 사면 매입액의 일부를 수수료로 뗀 후 현금으로 내 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6년 금값이 고공행진을 하고, 신용카드사들이 신용카드를 이용한 금 거래 한도를 축소하면서 금깡이 줄어드는 추세였는데, 최근 다시 금깡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금깡'은 '카드깡(카드할인)'의 한 종류로 불법행위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카드할인을 통해 자금을 융통하거나 중개를 알선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금을 산 곳과 파는 곳을 달리하면 금깡 여부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 서울 중구 소재의 한 금은방업자는 "금은방끼리 사전에 사고 파는 역할을 나눠 얼마든지 정상적인 매매거래로 가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급전이 필요한 서민 및 자영업자들도 신용대출과 관련해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는 금융기관에 비해 낮은 비용으로 쉽게 현금을 융통할 수 있는 '금깡'에 눈을 돌리고 있다. 또 다른 금은방 업자는 "살 때와 팔 때의 가격 차이와 카드 수수료 등을 고려해도 할인율은 20%를 넘지 않는다"며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나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것보다 이자가 적은 셈"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대부업 법정 최고이자율이 34.9%로 인하되는 것을 앞두고, '금깡'을 이용한 변종 사채업에 뛰어드는 대부업체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저신용자 대출의 경우 돈을 제때 갚지 못해 부실화하는 비율이 높아 높은 이자를 받지 않고서는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반면 금깡의 경우 사실상 현금과도 같은 금을 매개로 한 것이어서 원금을 떼일 염려가 없어 수익성이 좋다"고 설명했다.

금은방 업주들이 전당포(대부업자) 등록을 하고 '금깡'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금은방에서 신용카드로 금을 판 뒤 금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는 것처럼 거래를 한다는 것이다.

한국대부업협회 관계자는 "일본에서도 대부업 최고이자율 인하 등으로 업계가 불황을 맞자 '위장 전당포' 영업을 하는 이들이 증가했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깡을 포함한 변종 사채업이 늘고 있다는 지적이 있어 금융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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