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이례적이고 이상한 발표다. 한미일 정상회담 개최를 공개하면서 청와대가 아닌 외교부가 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정상회담은 백악관, 외교장관회담은 국무부에서 일정과 의제를 발표한다. 정부관계자조차 "격이 맞지 않아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일본과의 정상회담이 적잖이 껄끄러운 모양"이라고 의아해했다. 더욱이 발표문에 '박근혜 대통령'대신 '우리 정부'가 3국 정상회담 참석 주체로 표현돼 마뜩잖은 대통령의 심경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당초 이날 오전 10시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이 브리핑을 예고하면서 당연히 청와대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주 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이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에 이어 독일을 순방한다는 점만 설명하고는 정작 초미의 관심사인 3국 정상회담 부분은 쏙 뺐다. 질문이 빗발치자 "그건 외교부에 물어보라"고 뒷짐만 졌다.
바통을 넘겨받은 외교부는 한술 더 떴다. 오후 4시가 넘어서야 대변인 명의로 기껏 두 줄짜리 발표문을 배포하고는 공식 발표 없이 기자실에 내려와 비공개로 배경을 설명했다. 질의응답이 오갔지만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외교부는 청와대가 정상회담 발표를 떠넘긴 것에 대해 "일본이 춘분절 휴일이라 그쪽에서도 외무성 명의로 브리핑 없이 문서 배포로 대체했다"고 얼버무렸다. 미국은 새벽시간이어서 같은 시간대에 별도의 발표가 없었다.
외교 소식통은 "어렵사리 성사된 회담인데도 마지막 순간까지 뒷맛이 개운치 않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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