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거로운 일을 손 쉽게 해결해주는 '중개 어플리케이션(이하 앱)'이 뜨고 있다. 오피스텔, 원룸 등 전국 각지의 방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방 구하기 앱 '직방'은 2년 사이 100만명을 확보했고, 중고 IT기기 거래를 대행해주는 '셀잇'(Sell it)은 출시 7개월 만에 7,000개의 상품이 등록되고 있다. 치열한 앱 전쟁터에서 이들이 승승장구하는 비결은 뭘까. 직방과 셀잇의 두 대표를 직접 만났다.
안성우 직방 대표
"2004년 자격증 시험 준비를 위해 신림동 근처에 자취방을 알아본 적이 있어요. 부동산을 가면 어느 집을 보여줄 지 위치를 안 알려주고 데려가는 경우가 많은데, 따라갔더니 언덕 위에 집이 있었고, 마음에 안 들어 다른 부동산에 갔는데 데려간 집이 똑같은 곳이에요. 이건 아니다 싶었죠. 길거리 전단 보면서 찾기도 쉽지 않았어요."
원하는 위치에 원하는 조건의 방을 검색할 수 있는 앱 '직방'의 탄생은 안성우(36) 대표가 실제로 겪었던 불편함에서 비롯했다. 7년이 흘러 다시 집을 알아봐야 할 상황이 생겼는데 집 구하는 어려움은 여전했다. 그 때 그의 뇌리를 스친 생각. '방 구하는 사람들이 시간 낭비 없이, 발품 팔지 않고 손쉽게 방을 알아보게 하자.'
사실 특정 지역 매물을 확인할 수 있는 온라인 사이트는 기존에도 있었다. 하지만 동네 분위기, 내부 모습 등 꼭 필요한 정보를 한 곳에 정리해 놓은 곳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전망 좋은 방', '깨끗하고 좋습니다'라는 내용을 보고 찾아 갔다 예상과 달라 실망하는 경우가 허다했던 것.
직방은 그 틈을 파고 들었다. 안 대표는 "우선 앱을 열면 지도가 펼쳐져 지도 위에서 위치를 보고 방을 찾을 수도 있고 지역과 예산에 따라 검색할 수도 있다. 내부 사진을 통해 방 상태를 확인할 수 있고, 로드뷰로 건물 외관은 물론 주변 분위기도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중심의 접근은 역시나 통했다. 직방은 지난달 기준 가입자 수 100만 명을 넘기며, 2012년초 출시 이후 2년 만에 명실상부한 부동산광고 서비스 1등 앱으로 자리잡았다.
"퇴짜도 많이 맞았어요. 부동산 업주들이 매물이 다른 곳에 노출될까 등록하는 걸 꺼렸었거든요. 내부사진을 찍어 올려야 하는 것도 불편했죠. 하지만 이 앱을 통해야 모바일 고객을 잡을 수 있다고 설득하고, 사업 초기 직원들이 직접 가서 사진도 대신 찍어 올려주는 등 공을 많이 들인 결과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현재 직방에는 4만개 넘는 매물이 올라와 있다. 20~30대 사이 직장인과 대학생을 주요 타깃으로 하고 있어 오피스텔 및 원ㆍ투룸 전월세 매물이 중심이다. 부동산이 올린 정보가 90%, 나머지는 직거래를 원하는 집주인, 거주자 등이 올린 것들이다.
매물이 많아지면서 앱을 찾는 이들도 늘고, 일부 부동산은 하루 1건도 어려운 계약을 2, 3건씩 성사시키기도 했다. 그는 "이제는 매물을 올리고 싶다고 연락 오는 부동산들이 30곳이 넘을 정도니 선순환 구조가 완성된 셈"이라며 "앞으로 4,000곳에 이르는 제휴 부동산을 늘려 더 많은 방 정보를 확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대현 셀잇 대표
고교때부터 중고제품을 사고 파는 게 취미였던 셀잇 김대현(29) 대표는 친구들로부터 중고 제품을 대신 팔아달라는 부탁을 자주 받았다. "중고 물품을 거래하는 게 생각보다 번거롭거든요. 팔 물건의 가격을 조사하고 소개 글을 쓰고, 구매자가 나타나면 가격을 흥정하고 택배 보내러 우체국에 가거나 직거래를 위해 약속까지 잡아야 했죠."
그래서 다짐했다. 귀찮아서 집안에 필요 없는 물건을 쌓아 놓는 일이 없도록 누구나 쉽고 빠르게 물건을 판매할 수 있는 앱을 만들자고. 셀잇은 ▦가격제안 ▦완충재 포함한 박스 배송▦판매 대행 ▦입금으로 이뤄진다. 중고 제품을 팔고 싶은 사람이 셀잇에 사진과 간단한 설명을 올리면 셀잇이 잘 팔릴 만한 가격을 제안한다. 만약 판매자가 그 가격을 받아들이면 집으로 포장 박스가 온다. 물건을 담아 근처 편의점에서 택배를 맡기면 판매자가 하는 일은 끝. 셀잇이 5,6개의 중고 제품 거래 사이트에 글을 올려 대신 물건을 팔아준다. 구매자로부터 직접 돈을 받아 판매자에게 입금해주니 판매자는 사기를 당할 일도 없다.
"고3 때 MP3가 갖고 싶어 중고 상품을 거래하는 카페에 올라온 글을 보고 13만원을 입금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MP3를 팔겠다는 사람이 물건을 안 보내는 거예요. 사기를 당한 거죠. 경찰에 신고했는데, 소액이라 못 잡는다고 하더라고요. 당시 제게는 큰 돈이었는데 이런 상황은 바로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고 그런 부분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어 뿌듯해요."
지난해 8월에 첫 선을 보인 셀잇은 한 달 만에 100개 제품이 등록됐고, 지금까지 7,000개가 넘는 상품이 앱에 올라왔다. 여기서 검수를 통해 하자가 있는 제품을 가려내는데, 가려낸 것 가운데 98%는 실제 거래가 이뤄진다. 중고 장터에서도 셀잇이 파는 물건이라면 믿고 사는 분위기라 보통 2주면 마무리 된다고 한다.
'이런 게 팔릴까?' 싶은 것들도 웬만하면 팔려 '나도 한번 팔아볼까'하고 물건을 등록하는 사용자가 늘어나는 중이다. "2005년 식 낡은 노트북은 고시생이 사갔어요. 고시생은 인터넷강의만 들을 수 있는 제품이면 되니까 낮은 사양의 노트북을 좋아해요. 1998년식 캠코더도 아저씨 한 분이 옛날 테이프를 보려고 구매하셨어요. 전자사전은 고교생들이 선호하는데, 휴대폰에도 전자 사전 기능이 있지만 친구들과 메신저 하고 싶은 생각에 공부에 집중을 못한다며 아예 전자사전을 따로 사더라고요."
김 대표는 "택배 보낼 때 운송장 작성이 귀찮다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코드만 입력하면 끝나도록 프로세스를 개선 중"이라며 "더 빨리 더 간편하게 중고 제품을 사고 팔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류효진기자 jsknigh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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