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 우크라나에 속했던 크림 자치공화국과 세바스토폴 특별시의 합병 문서에 최종 서명하며 합병 관련 법률적 절차를 모두 마무리했다. 서방의 추가 제재에도 불구하고 제재 발표 하루 만에 푸틴이 최종 서명하면서 서방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크림렌궁의 예카테리나홀에서 열린 서명식에서 크림 공화국 등의 러시아 병합 조약 비준안과 새 연방 구성원 수용에 관한 연방 법률안에 사인했다. 병합 절차가 완료됨에 따라 1954년 우크라이나 출신의 니키타 흐루시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친선의 표시로 러시아에 속했던 크림을 우크라에 넘긴 지 60년 만에 크림이 러시아로 되돌아오게 됐다.
러시아 두마(하원)과 연방회의(상원)의 법률안 비준에 이어 푸틴 대통령의 서명까지 모든 절차는 단 이틀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특히 푸틴 대통령의 서명은 상원 155명의 참석 의원 전원 찬성으로 법률안이 가결된 지 몇 시간 만에 이뤄졌다.
합병 조약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의 84번째와 85번째 구성원으로 들어오는 크림공화국과 세바스트폴 특별시는 올해 말까지 금융, 법 시스템 적응기를 거쳐 내년부터 실질적 연방 구성원이 된다. 크림과 세바스토폴은 러시아 연방 내에서도 공화국과 연방 직할 특별시 지위를 유지하게 된다. 크림 주민들 가운데 희망자는 러시아 국적 취득도 가능하다. 크림 내 공식 언어는 주민들의 민족 구성에 따라 러시아어, 우크라이나어, 크림 타타르어 등 3개어 이며, 국경은 크림과 우크라이나 간 경계로 정해졌다. 크림의 공식 통화는 러시아 루블화로 바뀌게 되지만 2016년까지는 우크라이나 흐리브냐화의 유통도 허용된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이에 앞서 20일 자국 내 자산동결 및 입국금지 대상에 러시아 정부관료와 기업인 등 20명과 은행 1곳(방크로시야)을 추가하며 제재 수위를 높였다. 기업으로 유일하게 제재 대상에 포함된 방크로시야 은행은 미국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측근들의 사금고로 간주하는 곳이다. 하지만 미국의 추가 제재 명단에 여전히 푸틴 대통령과 그의 돈줄로 알려진 알렉세이 밀러 가스프롬 사장 등은 빠져있는 등 제재 실효성에는 여전히 의문이 남아 있다.
푸틴 대통령의 서명이 추가 제재 발표 하루 만에 이뤄지자, 서방은 당혹감 속에 또 다른추가 제재 발표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BBC 방송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에 영향력을 확대하지 못하도록 서방이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면서도 "미국과 28개 EU 회원국간 입장이 서로 달라 강력한 제재 조치가 나올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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