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 650년, 춘추전국시대의 중국. 송나라 군대가 홍수(泓水)라는 강에 먼저 도착, 진을 쳤다. 뒤이어 숙적 초나라 군대가 도착, 강을 건너고 있었다. 송나라 재상이자 장수인 목이가 기습을 건의한다. 양왕은 점잖게 "군자의 도리가 아니다"고 거부한다. 초나라 대군이 강을 건너와 진을 칠 때 목이는 다시 공격을 청한다. 양왕은 또 "비겁한 짓이다"고 거절한다. 이윽고 두 나라는 전열을 정비한 후 싸움을 시작했다. 그리고 송나라는 대패했다.
▦ 에 나오는 송양지인(宋襄之仁)이라는 고사다. '송나라 양왕의 어짊'이라는 이 고사는 '처지에 맞지 않게 대의명분만 따지다가는 실패한다'는 의미다. 실제 이 전쟁의 패배로 춘추시대의 패권을 다투던 송나라는 중소국으로 전락했고 양왕은 다리에 맞은 화살의 상처가 도져 몇 년 후 숨진다. 증선지(남송 말~원나라 초)가 편찬한 십팔사략은 사마천의 사기처럼 정사는 아니지만, 금언과 교훈을 담고 있어 조선시대 때 천자문에 이어 읽는 필독서였다.
▦ 널리 알려진 고사를 새삼 거론하는 것은 조만간 창당될 야권 통합신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 때문이다. 시장이나 군수, 기초의원에 도전하려는 야권 예비후보들은 "공천을 포기하면 기호 2번을 부여 받지 못하는 불리함은 물론 후보 난립으로 대부분 떨어질 것"이라고 아우성들이다. 야권 지지자들도 난리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는 김한길 민주당 대표나 안철수 의원의 '순진함'을 성토하고, 야권의 지방선거 대패를 우려하는 글들이 가득하다.
▦ 조국 서울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무공천을 실천하면 현재 민주당 자리의 3분의 1이 날아갈 것"이라고 했다. 김태동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골키퍼 3명을 포함한 14명의 팀과 11명이 싸우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칼 든 강도와 맨손으로 싸웠다. 그렇게 지자체를 봉헌했다"(기춘 전 청와대 행정관) "요즘 정상화는 바보를 의미하나"(문용식 민주당 인터넷소통위원장) 등등…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무공천 고수는 신뢰의 정치일까, 바보의 정치일까?
이영성 논설위원 leey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