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 사태로 대립해온 서방과 러시아가 서로를 제재하겠다며 펀치를 맞교환했다.
미국은 20일 자국 내 자산동결 및 입국금지 제재 대상에 러시아 정부관료와 기업인 등 20명과 은행 1곳(방크로시야)을 추가했다. 이번 명단에 오른 겐나디 팀첸코 볼가 그룹 회장은 세계 4대 석유거래 업체인 '군보르' 등 에너지ㆍ운송 회사를 소유해 재산 150억달러(16조원)를 보유한 재벌이다. 기업으로 유일하게 포함된 방크로시야 은행은 미국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측근들의 사금고로 간주하는 곳이다. 하지만 미국의 추가 제재 명단엔 여전히 푸틴 대통령과 그의 돈줄로 알려진 알렉세이 밀러 가스프롬 사장 등은 빠져있다.
유럽연합(EU)도 3차 제재 대상으로 12명을 추가하기로 했다. 추가 명단에는 발렌티나 마트리옌코 러시아 상원 의장, 드미트리 로고진 부총리가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슬로바키아와 사이프러스가 로고진 부총리 같은 고위 인사의 제재를 막았다"며 "28개 EU 회원국 각각 입장이 서로 달라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도 '눈에는 눈' 방식의 맞불을 놓았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미국의 추가 제재 발표 직후 캐럴라인 앳킨슨 국가안보 부보좌관, 대니엘 파이퍼 대통령 보좌관, 존 매케인 상원의원, 존 베이너 하원의장 등 9명에 비자 발급 중단 등의 제재를 내렸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추가 제재가 EU의 추가 제재와 맞물려 서방과 러시아의 대립을 심화시키고 있으나 러시아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고 관측했다.
한편 크림자치공화국은 20일 지역에 주둔하는 72개 우크라이나 군 부대 및 군시설이 소속 지휘관의 자발적 결정으로 러시아군으로 이적했다"고 주장했다. 세르게이 투투예프 세바스토폴 시민 방위위원회 부위원장은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군인 4,500명이 전향 등록소에 접수했고 이들 가운데 80%는 러시아군에 편입되길 원한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중앙정부는 크림에서의 군대 철수를 결정했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을 합병하려 하면 군사적 수단을 포함해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또 EU의 "재정지원을 받으려면 먼저 자경단을 무장해제하라"는 요구에 따라 수도 키예프 독립광장에 모여있는 자경단에게 '무기 회수령'을 내렸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