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맹우 울산시장이 임기가 석 달이나 남은 시점에 아직 실시 여부도 불투명한 울산지역 국회의원 보궐선거(7월 30일)에 출마한다며 돌연 사퇴 의사를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박 시장은 21일 오후 3시 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임기를 마무리하는 것이 도리이지만 나라와 울산을 위해 중앙무대에서 더 큰 일을 하고 싶다"며 사퇴를 선언했다. 박 시장은 이날 울산시의회에 사임 의사를 전달했으며, 퇴임식은 31일 열릴 예정이다. 2002년 울산시장으로 선출된 그는 2006, 2010년 선거에 잇따라 당선돼 12년을 재직했다.
박 시장의 전격 사임은 6ㆍ4 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시장 출마를 선언한 새누리당 김기현(울산 남구을), 강길부(울주군) 의원 가운데 한 명이 새누리당 후보로 결정될 경우 치러질 보궐선거를 염두에 둔 것이다. 공직선거법(53조5항)은 '지방자치단체장이 관할구역과 겹치는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 입후보하고자 하는 때에는 선거일 120일 전까지 사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사퇴 시한은 4월 1일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울산시장 후보 경선(4월 12일)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는 김기현, 강길부 의원과 윤두환 전 의원, 김두겸 전 남구청장 등 4명이며, 각종 여론조사에서 3명 정도가 접전 중인 것으로 나와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 때문에 박 시장이 실시 여부도 불투명한 보궐선거를 노리고 행정공백을 초래한 것에 대해 "권력에 눈이 먼 것 아니냐"는 격한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특정인을 시장으로 당선시키기 위한 중앙당의 기획작품이라는 설이 파다하다. 박 시장의 사퇴가 "당이 현역 의원을 후보로 밀고 있다"는 선언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치러질 상향식 경선은 '들러리 경선'이란 구설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박 시장도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이날 "김두겸ㆍ윤두환 예비후보에게 예측하기 어려운 어떤 영향을 줄 수도 있어 죄송하다. 두 분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울산시민연대는 성명을 내고 "유권자들이 부여한 의무를 개인의 정치적 욕망을 위해 버리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울산시당은 "3선 단체장이 임기를 못 채우는 불명예를 감수하는 것은 새누리당 후보들을 노골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통합진보당의 이영순 울산시장후보도 "공직을 물물교환하는 정치판 장사치의 모습이자 자기들끼리 자리바꿈해도 시민이 새누리당을 지지할 것이란 자만이 깔린 결정"이라고 성토했다.
울산=목상균기자 sgm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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