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쉿! 조용히"가 어색해진… 수다 떠는 공간에 게임룸까지 미국 도서관 엄숙함을 벗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쉿! 조용히"가 어색해진… 수다 떠는 공간에 게임룸까지 미국 도서관 엄숙함을 벗다

입력
2014.03.21 12:37
0 0

도서관과 관련한 오래된 미국 농담이 있다. 한 소년이 도서관에 들어와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주문하자, 사서가 놀라며 꾸짖는다. "얘야, 넌 지금 도서관에 있단다." 이 말을 듣고 소년이 사서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아주 조용히 속삭인다. "햄버거와 감자튀김 주세요."

도서관에서는 반드시 조용해야 하는가. 조금은 '발칙한' 이 질문에 최근 미국의 도서관들이 화답하기 시작했다. 보다 개방적이고 다양한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의 변화를 본격적으로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미국의 도서관들이 큰 소리로 떠들 수 있고, 음식도 먹을 수 있는 활발한 커뮤니티 센터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1848년 문을 연 보스턴 공립 도서관이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도심지역 도서관(Urban Library)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이곳은 지금 새로운 내부공간 꾸미기가 한창이다.

보스턴 공립 도서관에는 게임 룸과 음악녹음실, 만화작업실 등 십대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들어설 예정이다. 여러 상점들이 입점하고 레스토랑과 라운지 등 편의시설도 확충된다. 수도원 분위기가 나는 기존의 인테리어도 활발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바뀐다. 십대들이 주로 이용할 장소는 전통적인 도서관 인테리어와 다르게 파이프와 광택 콘크리트 바닥을 이용한 스타일로 꾸며진다. 도서관 외부를 덮고 있는 95개의 화강암 조각들도 모두 해체해 도서관 외부에서 내부를 볼 수 있도록 공사가 진행된다. 보스턴 공립 도서관은 시의 랜드마크 중 하나로 공식 지정돼 있는 화강암을 떼어내기 위해 보스턴시 랜드마크 관리위원회의 승인까지 받아 공사를 진행할 만큼 외벽 공사에 의지를 보였다.

에이미 라이언 보스턴 도서관장은 "십대들이 도서관을 공부만 하는 장소가 아니라 여유 시간을 즐기고, 하다못해 빈둥거리는 시간도 보낼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하게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다른 도서관들의 변신도 놀랍다. 시카고 공공 도서관에는 3D 프린터와 레이저 절단기, 밀링머신이 비치된 무료 제작공간이 설치돼 있다. 3D프린터로 복제한 물품이 불법적으로 사용될 위험만 없다면 얼마든 제작할 수 있다. 워싱턴주의 로페즈 아일랜드 도서관에서는 악기를 빌려주는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일리노이주 워콘다 도서관은 최근 도서관 인테리어를 완전 변경하는데 175만 달러(약 19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필요 없는 오래된 책상과 높이가 너무 높아 쓸모가 적은 책장들은 버리는 대신 사람들이 만나 수다를 떨 수 있는 공간을 확충한다.

도서관이 높은 벽과 위엄을 버리고 바깥세상을 향해 문을 열기 시작했다고 해서 종이 책을 전혀 볼 수 없는 장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정보화 시대를 맞아 도서관을 디지털화 해야 한다는 단순 논리보다는 도서관이 정보를 창출하는 시설로 거듭나야 한다는 철학에 기반해 도서관의 변신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애리조나 주 투산에 있는 산타 로사 도서관은 이미 2002년 관내 모든 책을 디지털화했다. 그러나 이 도서관은 그 이후에도 계속해 종이책을 들여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종이 책을 원하는데다, 많은 부분의 콘텐츠가 완벽한 디지털화에 부적합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민간조사기관인 포 리서치 센터는 얼마 전 2012년 기준으로 미국 성인 가운데 28% 만이 전자책(E-BOOK)을 한 번이라도 읽어봤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E-BOOK만 읽는 미국인의 비율은 4%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도서관들의 이 같은 노력에 시민들은 친숙함을 느끼며 마음의 문을 열고 있다. 보스턴 중앙도서관의 지난해 이용객은 172만 명으로, 2012년보다 약 50만 명 가량 이용객이 늘었다.

NYT는 "도서관을 우편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서서히 사라져 갈 과거의 유물쯤으로 여기는 사람들의 편견에 맞서 도서관은 과거의 영광을 버리고 새로운 변화로 다가올 미래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