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의 봄은 모래바람 날리는 사막이다. 신록의 싹들은 개발이 앗아갔고, 그 자리에 피어난 고층건물은 걷는 숨을 서걱거리게 한다. 조경이란 이름으로 자연의 흉내만 낸 가로수가 높이 자라건만 그저 아스팔트를 적시다 만 삭막한 오아시스의 풍경을 이룰 뿐이다. 서울문화재단의 연중 상시 기획 '도시 게릴라 프로젝트'는 시민과 예술로 소통하는 시도로 90여 개 민간예술단체가 500여 개의 예술작품과 공연을 서울시내 도심 9곳에서 선보이는 대형 행사이다. 지난해 9월 '소소한 길거리 예술을 통한 아티스트의 게릴라성 작업'이란 테마로 150여개의 거리예술작품을 도심 5곳에 설치했던 '서울 밤길에 드로잉 조심'의 지속 프로젝트이다. 서울문화재단의 도심 속 예술 이벤트가 죽어가는 서울의 봄 거리에 어떤 활력과 생명력을 심어줄지 기대를 모은다.
새롭게 업그레이드된 '도시 게릴라 프로젝트'는 '문화예술', '도심생태', '치유' 등 세가지 주제 아래 진행된다. 첫째 테마인 '용두동 철등거리'는 서울문화재단 청사 인근인 무학로(용두동) 일대 전신주들을 이용한 철재 조형물 작품 20여 개로 이뤄진다. 이 지역은 1970년대 초부터 모여든 50여 철재 상점들이 밀집한 곳으로, 딱딱하고 차가운 이미지가 강하다. 늘어진 전깃줄, 오래된 간판들이 어지러운 골목을 품고 있는 거리이기도 하다. 지난달부터 무학로 일대 전신주 보안등에 색을 입히면서 시작된 '용두동 철등거리' 프로젝트로 거리는 이미 밝게 살아나고 있다. 철공소에서 버려진 철 조각을 엮어 설치한 철등 조형물, 전신주 기둥에 채색해서 표현한 볼트와 밸브 문양들이 어두운 거리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용두동 철등거리'프로젝트에 참여한 에이컴퍼니 관계자는 "지역 주민에게 생소한 공공미술의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초창기에는 거절당하고 쫓겨나기를 반복했을 정도였다"며 "하지만 프로젝트가 완성돼 가면서 주민들이 (작업을 위해 사용하라고) 공구나 부속품을 내주는 등 긍정적인 변화를 보였다"고 말했다.
두번째 테마는 'Wonder-Present(시민들을 깜짝 놀라게 할 선물상자)' 개념의 컨테이너 설치물을 이용한 거리 공연 프로그램이다. 21일부터 5월 20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시작으로 한강시민공원 등 유동인구가 많은 거리에서 진행되는 '깜짝' 공연 프로젝트에는 전시, 상영, 공연 관련 25개 단체와 서울시 대표 비보이단인 갬블러크루 등 거리 아티스트 15개 팀이 참여해 매일 시민들에게 뜻밖의 즐거움을 선뵌다. 컨테이너 모양의 공연설치물이 활짝 열리면서 그 안에 대기 중이던 공연단이 쇼를 보여주는 형식이다. 이밖에 서촌과 이태원 등 오래된 골목에 장소의 특성을 반영한 창의적인 예술 작품을 만드는 '거리 메이크업 하기'(4월 중), 오래된 나무에 거대한 새 둥지를 설치해 시민들이 도심 속 자연을 은유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 '새 둥지 프로젝트'(5월 중)가 진행된다. 더불어 도시 생활에 지친 이들이 자판기를 통해 마음을 치료할 수 있도록 한 '마음약방 자판기' 프로젝트(6월 중)도 서울 도심 곳곳에서 진행된다. 이들 자판기 버튼을 누르면 수면안대, 기차여행티켓 등 깜짝 선물을 받을 수 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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