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신이 소속된 음반제작사 미스틱89가 매니지먼트 회사인 가족액터스와 합병했다고 19일 발표했다. 두 회사는 합병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고 제작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음반제작사가 매니지먼트 회사를 인수, 합병, 설립하는 것이 최근 빈번해졌다. 지난해에는 SM엔터테인먼트가 SM C&C라는 매니지먼트사를 설립했고 큐브 엔터테인먼트도 매니지먼트사인 IHQ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뭔가 다이내믹한 변화가 오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장면들이다.
이런 풍경은 대기업과 매니지먼트사가 수년 전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던 모습을 연상시킨다. 2004, 2005년의 일이다. SK텔레콤이 IHQ, YBM서울음반, YTN미디어를 인수하며 콘텐츠 플랫폼에서 제작사로 전환하려 했고 그 결과 로엔 엔터테인먼트가 출범했다(하지만 얼마 전 SK텔레콤에서 분리됐다). KT가 싸이더스FNH를 인수한 것도 그 당시였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에서는 AOL과 타임워너가 합병했다. 이런 움직임을 지켜본 언론과 관련업계는 2005년이 한국 연예 산업의 전환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그 같은 전망은 맞지 않았다. 도리어 사업을 접거나 회사를 분리시키는 일이 이어졌다. 2008년 이후에는 매니지먼트사와 음반 제작사가 드라마와 영화를 제작하려 했다. 하지만 그 역시 오래가지 못했다.
2000년 이후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실험과 실패를 반복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시장의 흐름과 관계가 깊다. 2006~2008년은 한류 드라마가 최고조를 찍던 때였고 배우 몸값과 드라마 OST의 인기도 함께 솟았다. 매니지먼트사와 음반사가 드라마 제작에 관심을 가진 것도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2009년 이후 한류는 그 중심이 영상물에서 음악으로 넘어갔고 이 때문에 드라마 제작 노하우가 없던 회사들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음반사들이 지난해와 올해 또 다시 드라마 같은 종합 콘텐츠를 제작하겠다고 나섰다. 왜 그럴까. 아무래도 K-팝 소비 방식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K-팝은 드라마나 뮤직비디오 같은 영상물 형태로 확산됐는데 그것은 미국의 유튜브나 중국의 유쿠 같은 동영상 플랫폼이 존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K-팝은 이들 플랫폼을 발판 삼아 아시아 전반과 북미ㆍ유럽 일부 지역으로 확산됐다. 이때 중요한 것은 K-팝이 음악 자체가 아니라 영상물을 통해 소비된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경험 많은 제작사들이 주축이 된 콘텐츠 제작이 이전과 다른 기대를 품게 한다.
2013년 이후 제작사, 특히 음반사가 매니지먼트사와 결합하는 현상은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사람 장사에서 콘텐츠 장사로, 그러니까 '관리'에서 '생산'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제껏 계속된 실패가, 성공의 조건을 숙성시키는 과정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돌아보면 엔터테인먼트의 기본은 늘 음악이었다. 그러나 한국은 오랜 독재와 경제 위기 등으로 음악 산업과 시장이 왜곡될 수밖에 없었다. 요컨대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21세기에 들어서야 비교적 자연스러운 궤도에 진입한 셈이다. 그렇다면 2013년은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지 모른다. 앞으로 어떤 시도들이,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흥미진진하게 지켜볼 생각이다.
차우진ㆍ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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