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볼
마이클 루이스 지음 김찬별ㆍ노은아 옮김
비즈니스맵 발행ㆍ421쪽ㆍ1만5,000원
봄을 기다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내 경우 야구가 시작된다는 것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제 일주일만 기다리면, 1구 1구 마다 성패와 희비가 교차되는 리얼 드라마를 거의 매일 볼 수 있게 된다는 생각에 벌써 설렌다.
야구의 가장 큰 매력은 최하위 팀도 언제든지 최상위 팀을 이길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지난 시즌 프로야구에서 각 팀은 128경기씩 치렀다. 그런데 1위를 차지한 삼성 라이온즈는 그 중 51번을 졌고, 최하위 한화 이글스도 42번을 이겼다. 아무리 못하는 팀도 3게임에 한번은 이기고, 아무리 잘하는 팀도 3게임 중 두 번 이기가 힘든 게 야구다.
실력만으로는 게임 전체를 지배할 수 없는 의외성이 많다는 점이 바로 야구의 매력인 것이다. 그래서 LG트윈스 팬들은 10년 동안 가을 야구를 보지 못해도, 경기를 볼 때마다 늘 이길 것이란 희망을 잃지 않고 응원할 수 있었다.
의외성이 큰 스포츠인 만큼 스타가 될 선수를 발굴하기도 어려운 게 야구다. 어깨가 강하다고 좋은 투수가 되는 게 아니고, 발이 빠르다고 모두 훌륭한 외야수가 될 수 없다. 오히려 눈에 띄는 신체조건 보다는 위기에 순간에 동요하지 않는 근성,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철저한 자기분석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 요소가 스타와 평범한 선수를 구별 짓는 변수가 되는 경우가 많다.
또 지난 3년간 우수한 성적을 거둔 선수라고 내년에도 당연히 잘할 것이란 장담을 할 수 없는 것이 야구다. 포지션 별로 과거 가장 잘했던 선수들에게 최고액 연봉을 주면서 불러 모은 미국 뉴욕 양키스가 작년 포스트시즌에도 진출하지 못한 것을 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야구는 이처럼 무엇 하나 확실한 것이 없는 점에서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사람들은 근거가 빈약한 믿음에 매달리게 된다. 야구에도 이런 잘못된 통념이 많다.
오늘 소개할 책 은 한 가난한 야구단의 단장이 통념에 쉽게 넘어가지 않는 냉철한 판단력을 바탕으로 숨은 진주 같은 선수를 찾아내, 부자 야구단을 이기고 최고의 구단을 창조한다는 통쾌한 실화다.
주인공 빌리 빈은 한때 모든 프로야구 스카우터들이 군침을 흘렸던 촉망 받는 신인이었다. 훤칠한 키와 잘 생긴 외모까지 갖춰 프로선수로서의 상품성도 최고였다. 하지만 좀처럼 성적이 따라주지 않아 이 팀 저 팀을 전전하다 쓸쓸히 은퇴하고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약칭 에이스)의 선수 스카우터로 변신했다. 이후 빈의 선수 선발원칙은 자기처럼 외양만 그럴듯한 선수가 아니라, 게임에서 이기는 선수를 찾는 것이었다.
8년간의 스카우터 생활을 거친 후 1998년 에이스의 단장이 된 빈은 본격적으로 자신의 비전을 실현하기 시작했다. 빈은 당시를 회상하며 "양키스의 방식을 따라서는 안 된다는 것 만은 분명하다. 그렇게 하다간 매번 질 수밖에 없다. 그들은 우리보다 세 배나 더 많은 돈을 가지고 운영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예산 부족이라는 제약은 오히려 그가 기존 통념을 과감하게 버리고 자신의 신념을 현실에 적용할 기회를 제공했다. 부자구단이 원하는 선수는 그가 스카우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철저한 통계 분석을 바탕으로 당시 선수의 역량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였던 타율, 실책 숫자, 도루 숫자를 무시하기로 했다. 대신 출루율, 장타율이 높은 선수를 골랐다. 발은 느려도 상관하지 않았다. 여러 가지를 골고루 잘하는 선수보다는 많은 점이 부족해도 특출하게 잘하는 능력이 있는 선수를 중용했다.
그가 전체 프로구단 단장들이 모이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이런 기준을 가지고 선수들을 지목하자 다른 단장들은 그를 비웃었다. 구단 내 고참 스카우터들로부터도 거센 저항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믿는 바를 실행에 옮겼다.
그렇게 새로 구성된 팀은 1999년부터 기적을 만들기 시작한다. 메이저리그에서 두 번째로 가난한 에이스가 전 메이저리그 구단 중 두 번째로 많은 승수를 거둔 것이다. 그들의 승리 행진은 그 후로도 계속 이어진다.
에이스와 빌리 빈의 성공은 자신의 실패를 환경 탓으로 돌리며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온 많은 사람들에게 각성의 계기를 제공한다. 제아무리 막강한 상대라도 허점은 반드시 있으며, 우리 팀이 아무리 허약해 보여도 강점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 팀의 강점을 극대화해 상대팀의 허점을 정확히 공략하면 약팀도 강팀을 꺾을 기회가 반드시 온다. 이게 을 통해 만나게 되는 야구의 매력이다.
정영오 경제부장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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