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와 새는 알에서 태어나는데, 노자(가마우지)는 새끼를 입으로 토하고, 학은 태에서 새끼를 낳는다. 내 눈으로 확인한 것 가운데 두꺼비 또한 새끼를 입으로 토했다."(485쪽)
조류와 양서류의 난생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지금으로서는 황당해 보이는 서술이 조선 중기 선구적인 책으로 평가받는 지봉유설에 실렸다. 두꺼비가 다른 올챙이를 잡아먹고 뱉어 내는 모습 등을 보고 오인한 모양이다.
는 지봉유설을 비롯해 북학의, 산림경제, 성호사설 등 고전을 발췌하거나 인용해 조선 사람의 눈에 비친 동물 이야기를 소개하는 책이다. 오늘날의 잣대로는 과학적 오류가 명백한 내용도 있지만 조선시대 동물관을 통해 삶을 바라보는 선조들의 태도를 생생하게 보여줘 흥미롭다. 고전 전문가인 김흥식씨는 "이 기록들로 동물학적 지식을 얻고자 하지 않는다"며 "이 글을 읽는 것은 선조들의 삶을 바라보는 태도, 자연을 바라보는 태도, 동물을 바라보는 태도를 느끼기 위해서"라고 출간 취지를 밝혔다.
소와 말, 개, 고양이, 까치 등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동물에 관한 관조부터 용과 봉황 등 실존한다 믿었던 상상 속 동물에 관한 추측과 의견까지 다양한 동물을 진지한 접근으로 조명한 조선 선비들의 글이 풀이돼 있다.
현대의 저작과 비교해 표현이 세련되지 못하거나 부정확한 부분이 있을지 몰라도 나름의 기준으로 생물을 분류했다. 의학서와 농업기술서 등에 기술한 동물의 특징들에서 선조의 뛰어난 관찰력과 분석 능력을 엿볼 수 있다. 예컨대 북학의에 따르면 율곡 이이는 소와 같이 중요한 자원이 단순히 먹을거리가 돼 줄어드는 것에 안타까움을 나타내며 평생 쇠고기를 먹지 않았다. 율곡은 "소의 힘을 이용해 만든 곡식을 먹으면서 또 그 쇠고기를 먹는다면 과연 옳은 일이겠는가"라고 했다고 한다.
17세기 후반에서 18세기 초반에 쓰인 산림경제에는 당시 금붕어 기르기가 우아하고 고상한 취미였음을 보여 주는 내용이 들어 있다.
정종우 이화여대 과학교육과 교수가 항목별로 조선 선비들의 동물관에 담긴 숨은 가치를 포함해 현대의 생물학적 상식으로 풀이한 해설을 달았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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