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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 말년 통증 시달릴 때 몸에 바른건 밀납과 양 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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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 말년 통증 시달릴 때 몸에 바른건 밀납과 양 기름

입력
2014.03.2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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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경고한다. 피를 볼 배짱이 없다면 이 책을 읽지 마라."

머리말 끝에 붙은 지은이의 익살이다. 그럼에도 술술 책장이 넘어가는 이 책은 모두가 아는 유명한 사람들에 관한 얘기다. 위인전이나 평전, 역사서를 통해 그들의 인생 스토리는 공적 영역과 사적인 내밀함을 가릴 것 없이 널리 퍼져 있다. 이 책의 초점은 그런 스토리의 공통된 종결 형식, 곧 죽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거두절미하고 '어떻게 죽었는가'를 헤집는 것이 이리 낯선 것은, 고래로 위인전류의 책이 모두 '어떻게 살았는가'만 얘기해 줬던 까닭일 것이다. 하지만 죽음과 분리된 인간의 삶을 생각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위인전들이 생략한 삶의 마지막 퍼즐 조각을 모아 보여준다.

사례 하나. 살해 위협에 시달린 고대 권력자들은 호위무사로 둘러싸여 있었다. 미국의 대통령은 어땠을까. 시크릿서비스의 철통 경호는 사실 20세기에 시작됐다. 1881년 제20대 대통령 제임스 어브램 가필드가 워싱턴에서 미치광이의 총격을 받았을 때 그의 수행원은 국무장관이 유일했다. 국무장관이 할 수 있었던 일이라곤 "도와달라"고 소리치는 것. 병원으로 실려간 가필드를 눕혀 놓고 의사들은 씻지도 않은 손가락을 집어 넣어 총알을 찾으려 했다. 44일간 계속된 이 '탐색'은 결국 실패로 끝나고 가필드는 석 달 만에 사망했다. 부검 결과 총알은 의사들이 찾던 곳과는 전혀 다른 곳에 박혀 있었다.

사례 둘. 나폴레옹이 죽음을 맞은 세인트헬레나 섬은 남아프리카에서 2,800㎞, 남아메리카에서 2,880㎞, 영국에서 무려 6,400㎞ 떨어져 있다. 대부분의 역사서는 그가 이 절해고도로 끌려간 계기인 워털루 전투까지만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나폴레옹의 삶은 이 섬에서도 계속됐다. 이 책은 그 얘기를 해준다. 전쟁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돼 나폴레옹의 몸은 점점 비대해져 "늙은 여자의 초상화처럼" 변해갔다. 마지막에 나폴레옹은 딸꾹질을 계속하는 병에 걸렸다. 치료를 위해 의사가 투여한 약이 그를 두 시간마다 한 번씩 대변을 봐야 하는 딱한 처지로 만들었다. 의사는 통증을 완화시키기 위해 밀랍과 양 기름을 몸에 발랐는데 파리가 꼬여서 나폴레옹은 죽을 때까지 모기장 안에서만 지내야 했다.

고대 이집트의 미라 제작에 얽힌 얘기부터 아인슈타인의 사체에서 뇌가 사라진 소동까지 숱한 죽음의 에피소드가 책에 담겨 있다. 대개 추하고 끔찍한 얘기다. 교훈이 목적인 위인전이 이런 얘기들을 빠뜨린 까닭이 그것일 테다. 하지만 그런 죽음의 풍경을 통해서도 배울 수 있는 삶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다소간의 악취미가 느껴지는 이 책의 발간 취지는 아마 그것인 듯.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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