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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나아갈 길은 공동체의 선 향해 뻗어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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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나아갈 길은 공동체의 선 향해 뻗어 있어야"

입력
2014.03.2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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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과 자연· 공동체의 교우인간은 공동체와 함께할때 완성… 고층 건물 올려 돈 벌려는 사회툇마루 사라진 현실 안타까워● 인문과학의 역할인간 내면의 본심 깨우치면서 동시에 사회 규범과 맞추는 것스스로 실존적 조건 깨달아야● 공동의 선 이루려면공동 이상 따르고 이상향 세워야대통령의 '통일 대박론'은 '돈 많이 버는 것'으로 격하시켜

인문학계의 석학 김우창(77) 고려대 명예교수가 (김영사 발행)을 냈다. 인간중심주의가 거대해지고 공동체가 붕괴하는 이 시대에 개인의 마음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그리고 정신세계의 건전함을 어떻게 회복할지 등에 대한 고민의 결과를 담은 것이다. 김 교수를 19일 서울 안국동 네이버 문화재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1월부터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등 여러 학자와 진행해온 대중 인문학 강연 '문화의 안과 밖'을 준비하기 위해 종종 이곳을 찾는다.

책은 2005년 한국학술협의회 연속강좌인 '마음의 생태학'의 원고를 묶은 1부 '마음의 생태학'과, 그간 써온 기고 및 에세이를 정리한 2부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서'로 나뉜다. 516쪽에 이르는 이 책은 영문학자이자 문명비평가, 문화사가, 문학이론가, 철학자로 인문학의 광활한 영역을 탐구해온 노학자의 저작답게 사상의 깊이와 넓이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웅대하다. 책은 예이츠의 을 들어 신념의 의미를 논하고 데카르트의 실천철학을 통해 마음의 지속성을 말하며 카뮈의 로 성실성을 짚어낸다. 난해함과 복합성이 시선을 흐리지만 책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명징하다. 마음이 나아갈 길이 공동체의 선(善)을 향해 뻗어있어야 하며 마음(이성)과 자연의 교우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간의 마음이 무엇에 의해 움직일 때 공동선에 가까워질 수 있을까. 개인의 마음이 올바르게 움직이지 않아 생겨난 문제로 어떤 것이 있나.

"동네가 좋으면 좋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동네에서 오래 장사한 사람은 동네 사람 속이며 장사 못 한다. 대학 전체가 연구를 많이 하면 교수가 논문을 써야 한다고 따로 강조할 이유가 없다. 사람은 붉은 물에 들어가면 붉어지고 파란 물에 들어가면 파래진다. (보편적) 윤리가 널리 퍼지면 개인을 움직이는데 특별히 강제력이 필요 없다. 중요한 것은 작은 조직이다. 우리 사회의 문제는 작은 조직이 무너진 데서 기인했다. 민주주의가 없던 조선시대에도 동네가 아이를 책임지고 모두가 협동했다."

-책은 인간중심주의를 벗어나라고 강조한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이 책은 마음과 자연의 관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것 같다.

"사람이 자연 속 존재라는 걸 생각하라는 의미다. 한국과 중국의 옛 시는 항상 자연을 이야기했다. 조선시대 엘리트들은 벼슬을 사양할 때 자연으로 갔다. 이들은 그림을 그릴 때 폭포, 산, 강, 나무를 꼭 넣었다. 자연은 언제나 중요한 (마음의) 테마다. 사람은 복권에 당첨되거나 마약을 할 때보다 자연을 접할 때 도파민이 더 많이 분비되고 장기간 좋은 기분이 유지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사람만 중심으로 하는 인문과학이 아니라 자연과 공동체를 강조하는 학문을 해야 한다. 인간만 가지고는 안 된다. 우리 스스로 공동체 속의 존재, 나아가 환경적 존재임을 인정해야 한다. 몇 년 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를 방문했을 때 택시 기사가 길 가의 연립주택을 다 허물고 개인주택을 짓는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우리는 고층 건물을 올려 돈을 벌려고 하는데 그들은 공동체적 삶을 중시한 선택을 한 것이다. 개인주택은 잘 알지 못하는 이웃이나 오가는 사람과 교류할 수 있는 앞마당, 친한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뒷마당을 갖고 있다. 우리도 과거엔 서양의 앞마당과 같은 툇마루, 그리고 막힌 골목이 있었다. 이런 공동체적 삶이 무너졌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는 옆 사람을 알 필요 없는 호텔과 같지 않나."

-책은 단순한 도덕적 가르침이나 간단한 정치적 신념이 아닌, 엄밀한 사고를 통해 스스로 생각하게 하려는 것이 인문과학(김 교수는 논리적인 과정을 중시해 인문학이란 말 대신 인문과학이라 칭한다)의 작업이라 말한다. 이 시대 인문과학은 무엇을 해야 하나.

"사실 개인은 자기 일에 충실하면 충분히 좋은 인생을 살 수 있고 인문과학을 학습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우리 사회 구성원은 자기 인생과 공동체의 지향점이 사라졌다 믿고 그래서 (인문과학을 배우려는) 소망을 갖는 것이다. 인문과학은 공통의 윤리규범을 스스로 찾도록 하는 것이다. 인간의 본심이 세계와 일치하도록 하고, 본심 안에 존재하는 윤리적 기초를 밝히는 것이다. 더불어 사회적 질서에 기여하는 방향을 찾는다는 점에서 모순된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학문이기도 하다. 인간 깊숙이 있는 것을 깨닫게 하면서 동시에 사회규범에 일치하도록 한다는 말이다. 인문과학의 목적은 자기완성이다. 하지만 어떻게 사람 사는 게 행복(자기완성) 하기만 하겠나. 고통도 많다. 고통에는 두 종류가 있다. 제거할 수 있는 것, 그리고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것. 사람으로부터 온 고통, 즉 제거할 수 있는 고통을 우선 없애는 게 민주주의의 출발이고 인문과학이 추구할 것이다. 현실의 질서가 정당하냐 아니냐는 문제가 있지만, 행복으로 나아가는 길은 이 질서에 복종하면서 찾아야 한다. 학생들에게 예로 드는 것 중 하나다. 지금 우리가 6층에 있는데 가장 빨리 지상으로 내려가는 방법이 뭐라 생각하나. 그냥 답하자면 아마도 유리창을 깨고 바닥으로 몸을 던지는 것이겠다. 하지만 이러면 죽는다. 물리적 질서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복종해야 한다. 사회에도 이렇듯 지켜야 할 것이 있다. 내 마음대로, 나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게 인문과학이 아니다. 스스로 실존적 조건을 깨닫도록 하는 게 인문과학의 역할이다."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로 인해 피폐해진 사람들이 있다. 어떻게 보다 나은 삶을 추구할 수 있을까.

"간단하지 않다. 사람은 모두 돈을 좋아한다. 신자유주의는 프리마켓 즉 자유를 뜻한다. 돈이 왜 좋은가. 사람을 자유롭게 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귀족은 얼마나 이루기 어려운 신분인가. 타고나야 하고 공적도 있어야 한다. 박사학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돈을 많이 번다는 것은 특별한 지위나 신분을 요구하지 않는다. 원칙적으로 누구나 돈을 벌 수 있고 이를 통해 자유를 얻는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에는 병폐가 많다. 돈에 사로잡혀 인간적인 요소를 왜곡하고 인간에 가해지는 고통을 내버려둔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규제를 사용하는데 이것이 지나치면 독재가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완화 이야기를 하는데 규제는 개별적으로 봐야지 전체로 바라보면 안 된다. 그리고 규제는 자체적으로 증대하는 습성이 있다. 간접적인 규제를 이용해 폐단을 해소해야 한다. 어느 수준의 규제가 적당한지 밝히는 것은 정치인, 경제인이 함께 머리를 모아야 할 어려운 일이다."

-정치 사회의 윤리적 수준이 높다면 공동의 선을 이루기 쉬울 것 같다. 우리 사회에 그 희망이 있다고 보는가. 이를 가로막는 다양한 갈등을 어떻게 봐야 할까.

"어두운 밤으로 마음을 열어놓는 게 도덕에 이르는 길이라 했다. 이것이 도덕이고 윤리니 따르라고 하는 것은 억압이다. 스스로 깨쳐야 하는 게 윤리다. 선거 한번 하면 후보가 열 몇 명씩 나온다. 이들 모두가 사회를 위해 살고 희생하는 사람이라면 희망이 있는 좋은 사회일 것이고 이들 중 다수가 부귀를 위해 입후보했다면 부패한 사회일 것이다. 모두 고통스럽게 살아와서 술책을 쓰려는 게 문제다. 공동 이상에 따라야 하고 이상적인 것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현실을 버리자는 게 아니다. 박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라 한 것은 통일이 지니는 이상적인 가치를 '돈 많이 버는 것'으로 격하시키는 말이다. 그리고 집단을 위한 갈등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안을 갖고 갈등해야 한다. 내 편이면 사안이 어떤 것인지 살피지도 않고 무작정 찬성하고, 아니면 반대하면 타협의 여지가 없다. 객관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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