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광란’(March madness)으로 불리는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남자농구 토너먼트에서 ‘공부 벌레’들이 모인 하버드대가 또 한번 일을 냈다. 67년 만에 처음으로 토너먼트 승리를 거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32강에 오르는 이변을 일으켰다.
하버드대는 21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의 스포케인 아레나에서 열린 NCAA 남자농구 디비전1 토너먼트 동부지구 64강전에서 신시내티대를 61-57로 꺾었다. 하버드대 농구팀은 이 무대에 진출한 횟수가 올해를 포함해 4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최약체로 분류되지만 농구 팬들의 예상을 또 다시 뒤엎었다.
1946년 처음 이 무대에 올랐던 하버드대는 다른 학교와 달리 체육특기자 장학금 제도가 없어 일반 학생들로 팀을 꾸린다. 중서부, 서부, 남부, 동부의 4개 지구로 나뉘어 벌어지는 올해 토너먼트에서 하버드대는 동부지구 16개 팀 가운데 하위권인 12번 시드를 받아 일찌감치 탈락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5번 시드의 신시내티대를 꺾는 만만치 않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미국 언론들은 하버드대의 승리를 비중 있게 다뤘다. ESPN은 “12번 시드 하버드대가 5번 시드 신시내티대를 뒤집었다”고 했고, 보스턴 헤럴드는 하버드대 유니폼의 짙은 붉은색을 뜻하는 팀 명 ‘크림슨(Crimson)’이라는 단어를 이용해 “크림슨이 충격을 선사했다”고 보도했다. 또 CBS스포츠는 “크림슨이 또 다시 해냈다”고 전했다.
하버드대는 전반 13분36초께 브랜딘 커리의 3점포로 9-6 리드를 잡은 뒤 한번도 주도권을 놓치지 않고 우위를 점했다. 후반 종료 29초 전 신시내티대 에이스인 숀 킬패트릭에게 자유투 2점을 내줘 57-55로 바짝 쫓겼지만 곧바로 이어진 공격에서 상대 파울로 자유투를 얻은 시야니 챔버스가 2개를 모두 넣어 쐐기를 박았다.
하버드대 웨슬리 숀더스는 팀 내 최다인 12점을 올렸고, 로렌트 리바드와 챔버스는 각각 11점씩을 보탰다. 첫 흑인 사령탑으로 하버드대에 부임한 토미 아마커 감독은 팀을 3년 연속 토너먼트 진출, 2년 연속 32강 진출을 일궈내는 지도력을 발휘했다.
하버드대의 승리에 상대 선수도 박수를 보냈다. 킬패트릭은 “하버드대가 수비를 매우 잘했고, 우리는 계속 득점 기회를 놓쳤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하버드대는 델라웨어대를 꺾은 미시간주립대와 23일 같은 장소에서 32강전을 치른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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