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결함 알고도 쉬쉬조사결과 점점 불리해지자 이미지 우려 기소유예 합의"유동성·신뢰도 감내 수준" 치명적 타격은 입지 않을듯GM 수사결과 촉각점화장치 결함 묵살해 와… 美 "실수 반복 말라" 경고고강도 처벌 불가피 전망
세계 1위 자동차회사인 일본 도요타가 5년 전 급발진 사고로 미국에서 1조원이 넘는 벌금을 물게 됐다. 자동차 회사들에 대한 미 당국의 칼날이 점점 더 날카로워지고 있다는 분석 속에 미 정부는 다른 자동차회사들에 대해 "도요타의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미 법무부는 19일(현지시간) 도요타가 12억 달러(약 1조3000억원)의 벌금을 내기로 하고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고 밝혔다. 12억 달러는 자동차 업체가 받은 벌금 가운데 가장 큰 금액이다.
도요타는 미 연방수사국(FBI) 수사에서 차량결함에 따른 안전문제를 사전에 알고도 숨겨온 사실이 내부 문서를 통해 드러났다. 또 이를 부인하는 성명을 내고, 당국과 소비자에게 허위정보를 제공한 사실도 확인됐다. 도요타는 조사결과가 점점 불리해지고 장기조사로 회사 이미지가 훼손된다는 판단에 따라 법무부와 기소유예 협정을 추진, '벌금납부 및 안전평가 지속 등을 조건으로 한 3년 기소유예'에 합의했다. 도요타가 3년 간 합의사항을 충실히 이행하면 법무부는 형사처벌을 유예한다는 내용이다.
앞서 도요타는 2009~2010년 가속페달 결함을 알고도 늑장 리콜에 나서 신뢰도에 타격을 입었다. 도요타는 이후 당국 조사와는 별도로 24억 달러를 들여 1,200만대 이상을 리콜하고, 관련 민사소송에서 16억달러를 배상해야 했다.
에릭 홀더 미 법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단호한 어조로 안전결함을 숨긴 도요타의 행위를 "부끄러운 행위이자 명백한 법률 모독"라고 비판했다. 그는 "다른 업체들도 도요타의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며 "리콜이 명성에 흠집을 남길 수 있지만, 소비자 기만은 이보다 더한 상처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도요타 북미법인의 크리스토퍼 레이놀즈 법률담당 최고책임자(CLO)는 "소비자들에게 끼친 우려에 책임을 통감하며,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 고객을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업계는 이번 벌금이 도요타에 치명적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예견된 악재인데다, 도요타의 현금보유규모를 감안할 때 유동성이나 신뢰도 모두 감내할 수 있을 수준이라는 것.
하지만 그 보다는 자동차업체들을 향한 미 당국의 규제와 제재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데 업계는 더 주목하고 있다. 특히 '다음 타깃'으로 지목된 세계 2위 완성차 메이커인 제너럴모터스(GM)에 대한 수사결과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GM은 점화장치결함으로 최근 160만대를 리콜했는데, 10여년 전부터 이 같은 결함을 알고도 쉬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최근 법무부가 수사를 시작했다. 소비자들은 이 결함과 관련해 30여건의 사고와 12명의 사망이 보고됐음에도 GM 기술자들이 계속 묵살해왔다고 비난하고 있어, 고강도 처벌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앤서니 폭스 미 교통장관은 도요타 벌금에 대해 "모든 자동차 업체들에 미국 정부의 리콜 요구나 기준을 따르지 않으면 심각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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