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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용린 교육감 축구대회 오신다" 학생들 강제 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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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용린 교육감 축구대회 오신다" 학생들 강제 동원

입력
2014.03.2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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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이 참여하는 전시성 행사에 해당 지역 교육지원청이 학생을 강제로 동원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5일 서울 목동경기장에서 열린 한국ㆍ터키 고교축구 교류대회ㆍ전국축구주말리그 서울권역 개막식에 인근 학교 학생들이 대규모로 강제 동원된 사실이 20일 확인됐다. 70~80년대에나 있었던 학생동원에 해당 학교 교사와 학생, 학부모는 불만을 터뜨렸다.

양천구의 한 중학교 A 교사는 "강서교육지원청의 장학사가 학교로 직접 전화를 걸어 와 행사에 '애들을 보내달라'고 했다"며 "'희망자를 보낼 수 있도록 알려달라'는 것도 아니고 '애들을 보내달라'는 요청이어서 학교 입장에서 거절하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결국 이 학교는 한 학년 14개 학급 450여명을 한국 영등포공고와 터키 카드쿄이상고의 친선 축구경기 관중으로 동원했다. 경기장 도착 시간(오후 2시 30분)에 맞추기 위해 단축수업도 실시했다.

강서구의 다른 중학교도 전교생 600여명을 동원했다. 이를 위해 이 학교는 매 교시를 30분으로 단축수업하고, 학교 예산 300만원을 써 18대의 버스를 빌렸다. 이 학교 B 교사는 "교사가 아직 학생의 얼굴과 이름도 파악하지 못한 채 개학 이틀 만에 외부활동을 나갔다가 사고가 생길 위험도 컸다"며 "교육감이 참여하니까 강서교육지원청 장학사들이 너도나도 충성경쟁을 하면서 일선학교에 압력을 넣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양천구의 또 다른 학교도 오전수업만 하고 한 학년 전체(17학급)를 행사에 보냈다. 학생을 동원하려다 교사들이 문제를 제기해 취소한 중학교도 있다.

시교육청은 앞서 3일 일선 학교에 보낸 공문에서 '체육교과 관련 체험활동'이라고 안내했지만 상당 시간을 문용린 교육감 대회사 등 사전행사 관람에 할애했다. B 교사에 따르면 축구경기 전 대회사 인삿말 시축 등 사전행사에만 1시간이 걸렸고, 축구경기 도중에는 운동장 한 쪽에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치어리딩 대회가 열려 축구를 관람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학생들은 추위에 떨며 시교육청의 전시성 행사에 자리만 채워주고 "대체 여기 왜 온 거예요"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A 교사는 "다녀온 학생들의 불만도 컸고, 결국 학교 측도 교육적 효과가 전혀 없었다고 인정하고 사과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종종 있었지만 최근 10년 새에는 학생을 동원하는 일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학생이나 학부모, 교사를 강제동원 하던 악습은 교육현장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시교육청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와 2011년 맺은 단체협약에서 학생 강제동원 금지를 못박기도 했다. 유성희 전교조서울지부 정책기획국장은 "군사독재정권 하에서나 있을 법한 학생 강제동원이 문 교육감 취임 후 다시 부활하고 있다"며 "축구부나 스포츠클럽 학생 등 원하는 학생들이 참관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단축수업까지 해가면서 원하지 않는 아이들까지 모두 끌고 간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시교육청 행정감사에서도 일부 지역 교육지원청이 교육감 방문 행사에 학생을 동원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 지적을 받았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런 논란이 벌어질까 봐 행사 안내만 조심스럽게 나갔다"며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강제동원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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