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융프라우나 일본 하꼬네에선 관광객들이 산악열차나 케이블카를 타고 산에 올라가 식사를 하면서 경치를 즐긴다. 하지만 국토의 3분의 1이상이 산인 우리나라에선 정상에 올라가 숙박은 물론 커피 한 잔 제대로 마실 수 없다. 바로 규제 때문이다."(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20일 규제개혁장관회의에 기업을 대표해 참석한 경제단체장들은 납득할 수 없는 규제들에 대한 과감한 철폐를 요구했다.
자동차 개조시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세계 자동차개조 시장 규모가 100조원이다. 세계 5위 자동차강국인 한국이 개조시장에선 후진국에 머물러 있는 데 다 규제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1996년 영화제작사전심의제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판결을 받아 규제가 없어지자 국산영화가 대박이 난 것처럼 자동차 개조에 대한 규제가 풀리면 잃어버린 수 조원의 시장을 찾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만 있는 특이한 규제, 즉 '갈라파고스 규제' ▦사업 전체를 옭아매는 '덩어리규제' ▦잘 드러나지 않지만 물밑에 엄청나게 숨어 있는 '빙산규제'의 철폐를 주장했다.
갈라파고스 규제와 관련해서는 ▦렌터카 회사가 차는 빌려주도록 하면서 왜 운전자는 소개하지 못하도록 하는지 ▦외국인 의료관광객 유치를 독려하면서 왜 국내 보험사는 외국인 환자를 유치할 수 없는지 등을 꼬집었다. 덩어리 규제에 대해선 "개최를 4년 앞둔 평창 동계올림픽 스키장 건설조차 애를 먹고 있다. 규제를 풀 때는 하나하나씩이 아니라 한꺼번에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등록규제의 3배에 달하는 미등록 규제, 공공기관이 부과하는 유사규제, 근거 없이 실시되는 행정지도, 금융공공기관이 임의로 요구하는 지침 등을 빙산 규제로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살 사람도 있고 팔 사람도 있는데 규제가 막고 있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며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현장대기 투자 규제를 먼저 개혁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발언에 나선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얼마 전까지 동네 피자집은 배달이 되는데 떡 가게는 배달이 안 됐다. 기초상비약의 편의점 판매 허용 역시 반대가 끊이지 않았다"며 "하지만 국민 편익 향상에 초점을 맞춰 규제완화의 성공 사례가 된 것처럼 이 같은 다양한 형태의 생활규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예전에는 선진국 규제 중에 우리가 안 하는 것을 벤치마킹 했는데, 이제는 선진국에는 없는데 우리에게만 있는 규제를 찾아내서 없애나가는 새로운 벤치마킹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또 "정부의 규제개혁 추진 동력으로 국민의 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일반 국민과 소상공인이 규제개혁을 요구할 수 있는 '규제개혁 온라인 신문고' 설치를 제안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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