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출구전략과 관련해 지금까지 시장의 대체적인 전망은 '연내 양적완화 종료 → 이르면 내년 하반기 금리 인상 시작' 이었다. '연내 양적완화 종료'에 대해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누차 언급한 만큼 별반 이견이 없었다. 게다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열릴 때마다 양적완화 규모를 100억달러씩 축소하기로 한 만큼 구체적인 종료 시점이 10월로 점쳐졌다.
하지만 금리 인상 시점을 두고는 관측이 엇갈렸다. '양적완화 이후 상당기간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한다'는 Fed의 표현 자체가 애매모호했고, 금리 인상 시점의 기준(선제적 안내)으로 제시해왔던 '실업률 6.5%'에도 이미 근접한 상황이어서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였다. FOMC 내에서도 '매파'들은 연내에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했고, '비둘기파'는 2016년 이후여야 한다고 의견이 엇갈렸다. 시장이 내년 하반기나 연말쯤을 유력한 시기로 보면서도 금리인상 시기를 놓고 촉각을 곤두세워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래서 옐런 Fed 의장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양적완화 종료 후 6개월 정도 뒤부터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한 발언은 상당히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6개월'이라는 구체적인 시기를 언급한 것도 놀랍지만,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더 빨리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이 더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물론 미국 경제에 예상치 못한 큰 충격이 가해진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예상대로 10월에 양적완화가 종료된다면 내년 4월에는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엔 Fed의 미국 경제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깔려 있다. 물론 미국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하향 조정하기는 했다. Fed는 FOMC 회의 후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8~3.2%(작년 12월 전망치)에서 2.8~3.0%로, 내년 성장률 역시 3.0~3.4%에서 3.0~3.2%로 다소 낮춰 잡았다. 하지만 혹한 등 일시적인 변수, 그리고 우크라이나 등 국제분쟁 리스크 등에 다소 발목을 잡힌 것일 뿐 회복 기조 자체는 변함이 없다는 게 Fed의 시각이다. 옐런 의장은 "1분기 경제 활동을 약화시키는데 날씨가 분명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이런 변수가 2분기에는 사라지면서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서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이로 인한 광범위한 충격은 보이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금리 인상은 테이퍼링 축소보다 시장에 미치는 파급이 더 클 수밖에 없다. 테이퍼링 축소는 채권매입을 통한 달러 공급 규모를 줄여나가는 것인 반면, 금리 인상은 본격적인 달러 흡수를 의미한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이날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는 등 크게 출렁인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금리 인상에 돌입한다고 해도 가파른 속도로 진행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현재까지의 관측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내년 여름 이전에 금리가 인상되기 시작해도 내년 말까지 모두 3차례 정도 상향 조정되지 않겠느냐"며 "Fed가 금리의 정상 수준으로 판단하는 4%대를 상당 기간 밑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래서 Fed가 단기적으로는 매파 성향을, 장기적으로는 비둘기파 성향을 내비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