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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다디 부르던 때의 순수함으로… 대중과 소통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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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다디 부르던 때의 순수함으로… 대중과 소통할래요"

입력
2014.03.20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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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44)은 '괴짜'였다. 1988년 탬버린을 흔들며 '꺽따리춤'을 추던 그가 '담다디'가 가져다 준 부와 인기를 버리고 미술 공부하러 해외유학을 떠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귀를 의심했다. 이름을 '리채'로 바꾸고 일본에서 가수로 활동한다고 했을 때도 그랬다. 그러나 '담다디'부터 걸어온 26년의 여정은 그를 '괴짜 이상은'이 아닌 '예술가 이상은'으로 만들었다.

최근 15번째 앨범 '루루'(Lulu)를 발표한 이상은을 만났다. 씩씩한 목소리와 해맑은 웃음은 26년 전 모습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새 앨범 내고 TV에 나가서 한 번이라도 불러야 뭔가를 좀 했다고 할 수 있을 텐데 요즘엔 저랑 맞는 프로그램이 없는 것 같아요. TV에서 부르기엔 애매한 곡이 많기도 하고… 예전에 SBS '인기가요'에 나가 한 번 부른 적이 있는데 별 반응이 없더라고요."

'루루'는 인디 앨범 차트 1위에 오르는 등 적잖은 관심을 받고 있다. 다분히 실험적이었던 이전 앨범과 달리 대중 친화적인 곡이 많다. 봄바람을 타듯 가벼운 리듬 위로 찰랑거리는 곡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그는 "실험실에 들어가 신소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게 지난 앨범이라면 그 신소재로 일상용품을 만든 게 이번 앨범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데뷔 초부터 늘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아버지의 한마디가 변화의 실마리가 됐다. "제가 일렉트로닉 음악을 시작했더니 대중과 소통이 잘 안 되는 것 같아 고민이 많았어요. 그때 아버지가 '컴퓨터로 기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사운드를 내는 건 당연하지만, 그걸로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따뜻한 아날로그 사운드처럼 들리게 하는 게 어려운 거다'라고 하시더군요. 본능적인 촉이 있으신 거죠."

이상은은 방랑과 방황을 마치고 달관한 듯했다. 수록곡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걱정하지 말아요 / 인생은 아름다워 / 그 누가 뭐라 해도 / 태어나고 살아가고 떠나가는 / 우린 아름다워'라고 노래한다. 그는 "30대까지만 해도 내 색깔이 뭔지 치열하게 공부하느라 시간을 많이 보냈는데 마흔이 넘어가면서 확 놓게 됐다"며 "내면의 어두움을 자꾸 들여다보면서 낱낱이 헤아렸던 20, 30대를 보낸 뒤 그 문을 닫고 세상을 정면으로 보기 시작하니 점점 더 밝아지는 것 같다"고 했다.

음악 실험에 골몰하던 그를 골방에서 끌어내 준 건 라디오 DJ로 일했던 최근 2년여의 경험과 크고 작은 콘서트를 하며 만났던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 때문이었다. "DJ를 다양한 연령대 청취자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제 세계가 얼마나 좁았는지 알게 됐어요. 지방 공연을 가면 뜻밖에도 어르신들이 많이 오셔서 놀라게 돼요. 제 노래 아시냐고 물었더니 아신다는 거예요. 저로선 '문화 충격'이었죠. 나 혼자 스스로를 인디 음악가라고 규정하며 착각하고 살았던 것 같아요."

26년간 가수로 살면서 음악을 그만두려고 한 적이 많았다고 했다. "뉴욕으로 처음 떠났을 땐 음악을 접고 미술을 하려고 미대에 갔어요. 조용히 앉아 그림 그리는 게 내 성격과 맞지 않을까 했던 거죠. 그러다 결국 답답해서 음악을 만들게 됐어요. 일본 활동을 마무리하고 돌아온 뒤엔 내가 일본에서 뭘 했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게 가끔 슬럼프가 찾아 와요."

난생 처음 간 들국화의 콘서트에서 충격을 받고 '음악성 있는 아티스트'를 꿈꾸던 고교생은 아이돌 가수로 시작해 어느덧 중년의 베테랑 음악가가 됐다. 그는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해 데뷔 초의 순수함을 되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마흔이 넘으니 그때의 순수함이 참 좋은 거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어요. 남들 모르는 걸 아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남들과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죠. 지금 삶에 만족하냐고요? 너무너무 만족해요. 정말 즐겁고 행복합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민소운 인턴기자(경희대 언론정보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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