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축제인 제20회 월드컵이 6월 13일부터 한달 동안 브라질에서 열린다. 현란한 축구 기술을 접하는 묘미야 모두가 아는 거지만, 그 중 축구황제 펠레의 예측이 이번에도 틀릴지 지켜보는 것도 숨은 관전포인트다. 펠레는 최근 우승 후보로 개최국인 브라질과 FIFA 랭킹 1위 스페인을 꼽았다. 이어 아르헨티나와 이탈리아, 독일도 결승에 오를 전력이라고 밝혔다. 이들 국가는 누구나 꼽는 우승 후보지만 펠레의 예측 때문에 오히려 마음이 편치 않게 됐다.
▦ 펠레의 예측은 번번이 빗나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1966년 브라질 우승을 점쳤으나 예선 탈락하면서 '펠레의 저주'가 시작됐다. 이후 거의 매번 우승 후보로 지목된 국가는 졸전을 면치 못했다. 우리와도 인연이 있다. 2002년에는 황선홍의 몸값이 크게 뛸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는 바로 은퇴했다. 2006년 한국의 16강 진출을 점쳤지만 예선 탈락했고, 2010년엔 예선 탈락이라고 했지만 16강에 올랐다. 이번에도 예선 탈락 전망을 기대해야 할지 모르겠다.
▦ 펠레의 저주가 계속되는 데에는 스타 선수로서의 생활과 짧은 지도자 경험을 이유로 꼽는 이들이 많다. 11명의 플레이를 종합 분석해 역할을 맡기기보다 자신과 같은 스타플레이어에 의존하는 경기에 익숙해 있다는 것이다. 월드컵 예측도 특정 유명 선수들의 이름값과 표면적인 견적만을 보고 진단하기 때문에 흔히 예상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브라질 출신 루이스 스콜라리 감독은 "펠레는 이기는 축구에 대해선 아는 게 없다"고 쏘아붙인 바 있다.
▦ FIFA 랭킹 61위인 우리나라는 6월 18일 러시아(22위), 23일 알제리(26위), 27일 벨기에(11위)와 예선전을 치른다. 죽음의 조는 피했지만 만만찮은 승부다. 정예 멤버로 대표팀을 꾸려야 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선수 선발을 둘러싸고는 종종 축구협회의 파벌다툼 얘기가 나와 뒷맛이 개운치 않다. 철저히 실력 위주로 선수단을 구성하길 바란다. 만일 우리가 우승한다면 펠레의 예측이 가장 크게 어긋난 대회로 기록될 텐데…. 너무 꿈이 큰가?
염영남 논설위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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