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가 한밤에 잠실대로를 질주하다 정차해 있던 버스를 들이받아 2명이 사망하고, 1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 버스 기사가 숨져 사고 원인을 밝히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0일 서울 송파경찰서에 따르면 염모(59)씨가 몰던 3318번 버스는 19일 오후 11시43분 송파동 석촌호수 사거리 인근 잠실역 방향 6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택시를 들이받아 4중 추돌사고를 냈다. 버스는 충격에도 멈추지 않고 신호를 위반하면서 계속 질주했다. 놀란 승객들은 “차를 세우라”고 소리쳤고, 오모(21)씨는 운전석 옆에서 정차를 요구했다. 그러나 염씨는 뭔가 잘못됐다는 듯 “어, 어” 소리만 반복했다. 버스는 잠실역 사거리에서 노선을 벗어나 급히 우회전하면서 제2롯데월드 공사현장 가드레일을 긁고 지나갔다.
결국 버스는 1차 사고를 일으킨 지 3분 만에 1.2㎞를 달려 신천동 송파구청 사거리 5차로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승용차와 택시 4대를 스친 뒤 4차로에 서 있던 30-1번 버스를 그대로 들이받고 멈춰 섰다. 사고 당시 속도는 차량 블랙박스가 손상돼 확인할 수 없지만 30-1 버스가 25m나 튕겨나갈 정도로 충격이 컸다.
이 사고로 염씨와 30-1 버스 뒷좌석에 앉아 있던 이모(19)씨가 숨지고 옆자리의 장모(18ㆍ여)씨가 중상을 입었다. 30-1 버스 기사 김모(41)씨 등 16명이 다쳐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숨진 이씨와 중태에 빠진 장씨는 A대학 같은 과 1학년으로 신입생 환영회에 다녀오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의 가족은 회생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병원의 설명을 듣고 장씨의 장기를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차체 결함과 염씨의 건강 이상 등 어느 쪽에도 무게를 둘 수 없는 상황이다. 3318번 버스를 운행하는 송파상운은 “사고 버스가 지난해 3월 출고됐고, 사고 전날 정기 차량점검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기계적 문제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업체는 “1차 사고 직전 해당 차량의 위치를 알려주는 위성항법장치(GPS)가 꺼졌는데 이 장치는 수동으로만 끌 수 있다”며 염씨가 일부러 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승객 등은 염씨가 고의로 사고를 내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한 승객은 “염씨가 버스를 비틀비틀 운전했고 서 있는 차량들의 옆을 긁고 지나가는 등 버스를 멈추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염씨의 회사 동료들은 “지난 주말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할 만큼 건강했고 정신질환 병력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염씨는 20년 버스운전 경력을 갖고 있으며 해당 노선을 1년 이상 운행했다.
이 버스에는 자동변속기가 장착돼 있어 일각에선 급발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사고 현장 주변의 폐쇄회로(CC)TV 영상과 피해 승객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사고 원인을 다각도로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사고 원인을 추정할 수 있는 어떤 단서도 나오지 않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염씨의 부검과 사고 버스에 대한 정밀감정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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