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발표된 '규제시스템 개혁방안'은 현 시점에서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모든 방안이 망라된 것으로 평가된다. 양과 질적인 측면 모두에서 규제감축 목표가 구체적으로 제시된 것은 물론이고, 수면 아래서 기업 발목을 잡아온 숨은 규제도 찾아내 없애기로 했기 때문이다. 물론 박근혜 정부의 규제개혁 작업이 역대 정권과 마찬가지로 좌절되지 않고 제대로 시행되려면 해결 과제가 만만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2년 안에 규제 20% 없앤다
정부는 규제감축의 양적 목표로 '2년ㆍ20%' 기준을 내놓았다. 현행 1만5,269건(2013년 기준)에 달하는 규제 가운데 이번 정부 임기 말인 2016년까지 최소 20%를 폐기한다는 계획이다. 단계별 로드맵도 제시됐다. 우선 경제규제 1만1,000건을 중심으로 올해 10%의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6월까지 부처별로 감축 목표율, 규제 폐지 또는 개선안을 담은 '규제정비계획'을 수립키로 했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2년 뒤에는 경제부처(6,700건)와 사회ㆍ질서ㆍ안보부처(1만1,000건)에 속한 행정규제의 10분의 1이 사라지게 된다.
정부는 다만 보건의료, 관광, 교육, 금융, 소프트웨어 등 5대 핵심 서비스 분야에 대해서는 수치 기준을 무리하게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들 분야는 각각의 세부 규제가 얽힌 '덩어리 규제'의 악명이 높기 때문에 각 부처가 협업을 통해 핵심 규제를 폐지하면 숫자에 관계없이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인정키로 했다.
일정기간이 지나면 기존 규제의 효력을 없애거나 존속 여부를 재검토하는 '일몰제' 적용도 확대된다. 현재는 등록 규제의 12%인 1,800건에만 일몰제가 적용되지만 연말까지 전체 규제(1만5,000건)의 30%, 임기 내 50%까지 늘린다는 것이다.
국무총리실은 이런 방식으로 달성된 각 부처의 규제정비 추진 실적을 취합, 연말에 국민에게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헌 규제'와 '새 규제' 맞바꾼다
규제의 절대 건수는 줄어도 일부 악질 규제의 존속으로 규제관련 부담이 오히려 가중되는 걸 막는 대책도 제시됐다. 바로 규제비용총량제다. 이를 처음 도입한 영국에서는 '코스트 인ㆍ코스트 아웃'으로 불리는데, 말 그대로 규제를 신설하려면 관련 비용이 비슷한 기존 규제를 미리 없애 규제에 따른 국민부담 총액을 일정 수준 이하로 묶는 방식이다. 정부 관계자는 "폐지된 규제의 비용이 신설 규제 비용보다 클 경우에는 그 차액을 이후 다른 규제를 추가할 때 사용하도록 하는 규제비용적립제도 함께 검토 중"이라고 소개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4월부터는 모든 신설규제에 '네거티브 규제방식'과 '일몰제'를 원칙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네거티브 규제는 제도나 정책 등을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예외적으로 금지하는 방식이다.
숨은 규제도 찾아낸다
정부는 6월까지는 해당 부처의 자발적 신고 방식으로, 하반기에는 국무총리실과 법제처를 통해 지금까지 등록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비용을 유발해온 각종 행정 규정을 찾아낼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신고를 통해 드러난 미등록 규제는 등록규제와 마찬가지로 임기 내 최소 20%를 감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톱 밑 가시'로 분류되는 현장형 규제를 속전속결로 없애는 방안도 제시됐다. '해당 부처 소명제'인데, 규제정보포털이나 민관합동추진단을 통해 들어온 민간 애로사항에 대해 해당 부처가 3개월 내에 규제유지 여부와 그 이유를 소명토록 하는 제도다. 정부는 이를 위해 국무총리실,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등으로 구성된 민관합동추진단을 활성화하고 규제정보포털을 개편해 적극적으로 민간의 의견을 듣기로 했다.
지방정부 협조가 규제개혁의 핵심
박 대통령의 강력한 주문에 따라 중앙정부가 '전천후' 규제개혁 전략을 내놨지만, 국민과 민원인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각 부처에 일괄 목표를 제시하고 올해 당장 10% 규제를 없애라고 다그칠 경우 부처간 갈등이나 반발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연 국조실장도 "각 부처가 적극적 자세를 보여야 한다"면서도 "10%는 쉽지 않은 목표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민원인의 성토가 집중된 일선 지자체 공무원의 협조는 더욱 필수적이다. 한 관계자는 "기관장이 주민투표로 선출되고, 공무원 인적 구성도 중앙부처와 다르기 때문에 지자체 사정은 조금 복잡하다"며 "이들의 복지부동 행태를 고치지 못할 경우 오늘 청와대에서 벌어진 열띤 토론은 모두 '도루묵'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