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에서 환자가 탈출했다거나 정신병 관련 시설에서 입원 환자가 사망했다는 보도를 가끔 접한다. 요즘은 무슨 사건만 생기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과 관련 있는 것처럼 기사가 나기도 한다. 과연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법을 어기는 위험한 사람이고 꼭 격리해서 치료해야 할까. 취직을 못할 정도로 법으로 차별을 받아야 할까. 한국은 정신질환 병상 수가 세계 1위다. 많은 정신병원이 강제 수용시설 같아 섬뜩하다. 환자가 정신병원에서 탈출하는 것이 우연은 아니다.
자살, 술ㆍ도박 중독 등 정신질환이 사회문제로 부각될 때마다 정신보건 대책이 나온다. 지난해에는 그 동안 미비했던 부분을 대폭 보완한 정신건강증진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정신질환 인권 문제의 핵심인 비자발적 입원 요건을 강화하고, 지역정신보건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신보건센터 설립의 근거를 만들며, 미국 국립보건원과 같은 연구기관을 만들겠다는 내용이 개정안에 포함됐다.
그러나 미흡한 점도 여전하다. 늘어나는 약물ㆍ술ㆍ행동 중독을 막기 위한 대책, 정신질환자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대책이 부족하다. 단어 몇 개 바꾼다고 환자에 대한 편견이 갑자기 사라지지는 않는다. 지역 공동체의 역할, 환자의 재활과 사회 복귀를 돕는 것도 부족하다. 정신질환 조기 발견과 치료를 위한 인프라로 1차 의료 체계를 활용하는 방안 역시 미흡해 보인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점이 보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먼저 정신건강사업 수행 인력 대책이 필요하다. 시ㆍ도 지원단, 정신건강 역학조사관, 정신증진 담당자 등을 필요한 곳에 충분히 배치하고 그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게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 둘째, 5년마다 이뤄지는 정기 실태 조사만으로는 상세한 문제 파악이 어렵기 때문에 지역별 정신건강 조사, 각종 역학조사, 대규모 추적 관찰 등을 추가해야 한다. 셋째, 중앙 정부의 거버넌스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국립정신건강연구원은 연구 외에 조사, 기술지원, 훈련, 평가업무를 위한 독립된 예산과 인력을 가질 필요가 있다. 시ㆍ도 지원단도 마찬가지다. 넷째, 각종 시설에 수용된 정신질환자를 위한 구체적인 사회 복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들의 사회 복귀를 도울 시ㆍ도 및 시ㆍ군ㆍ구 정신보건센터와 재활시설이 부족해서는 안된다. 다섯째,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최소화하고 질환을 쉽게 판단, 치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은 지역사회 공동체를 통해 해소 방안을 찾아야 한다. 정신질환의 조기 발견 및 조기 치료를 위해서는 1차 의료체계와의 연계가 시급하다. 마지막으로 정신 보건 관련 연구개발 인력 확보와 예산 지원도 필요하다. 전체 사업비의 10% 정도는 연구개발에 투자해야 한다.
서울대 의대 건강사회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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