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가 적자 운영 중인 해양수산과학관을 운영비 지원 한 푼 없이 여수시로 떠넘기다시피 이관을 추진해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여수시가 조건없이 이전 받기로 이미 결정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여수시가 전남도의 운영비 지원없이 소유권 이전은 안 된다고 주장했던 것은 거짓으로 드러났으며 뒤늦게 말 바꾸기로 혼선만 줬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전남도는 지난해 11월 여수시에 해양수산과학관의 무상양여 추진 계획에 대한 의견을 묻자 '조건없이 수용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20일 밝혔다.
도 관계자는 "당시 공문을 통해 해양수산과학관을 이관하는데 개ㆍ보수비와 운영비 지원은 없다고 명확히 밝혔으며 여수시가 이를 받아들이겠다는 공문을 보내왔다"고 주장했다.
도는 조건 없이 소유권을 이전 받겠다는 여수시의 분명한 입장에 따라 해양과학관의 이관 절차를 밟아왔다. 도는 최근 열린 제284회 전남도의회 임시회에 해양수산과학관을 여수시에 무상양여하는 내용의 공유재산 관리계획 변경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여수시는 지난해 전남도와 합의한 '조건없는 수용' 사실을 숨기고 건물이 20년 가까이 돼 낡은데다 적자 운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무턱대고 이전 받으라는 것은 어렵다고 최근 말을 바꿨다.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뒤늦게 말 바꾸기 한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민들의 비판여론을 의식한 탓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여수시 관계자는 "민감한 사항이어서 답변이 곤란하다"며 회피했다.
전남해양수산과학관은 여수시가 무상 대부한 돌산읍 평사리 부지 9,262㎡에 건물 5,702㎡(4동) 규모로 1998년 2월 완공됐다. 56대의 수조에 바다거북과 어패류 등 300여종 2만5,000마리를 보유하고 있으며 개관 이후 지난해 말까지 누적 관람객 645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장에 초대형 아쿠아리움이 들어서면서 관람객 분산과 적자누적으로 운영난이 가중돼 왔다. 10명의 인건비 5억원을 제외하고도 연간 1억원 안팎의 적자를 내고 있다.
도는 박람회장 아쿠아리움과 기능이 중복돼 다른 지역으로 이전을 검토했으나 500억원에 달하는 이전 비용 확보가 어려워 여수시에 존치키로 하고 무상양여를 추진해왔다. 현재 무상양여 공유재산 관리계획 변경안은 전남도의회 일부 의원 반대로 해당 상임위 상정 자체가 무산돼 6·4지방선거 후에나 다시 논의가 이루질 것으로 보인다.
하태민기자 ham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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