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안보정상회의는 핵무기 보유국과 원전 가동국이 모여 핵 테러 대책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하지만 이번 네덜란드 헤이그 회의는 초점이 좀 달라질 분위기다. 주요 7개국(G7) 회의가 소집되는 등 우크라이나 사태 해법 마련에 참가국의 관심이 더 쏠려있기 때문이다.
이번 회의에는 크림반도 합병으로 국제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불참한다. 냉전 종식 직후 옵서버 기간을 거쳐 1997년 러시아를 정식 회원국으로 맞아들인 G8이 다시 G7로 되돌아가는 모양새다. 심지어 G20 회의에서 러시아를 배제하려는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지난 18일 성명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영국과 EU 정상들에게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별도)회의를 개최할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이 회의는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와 G7 회원국의 지원ㆍ대응 방안에 초점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24일 저녁 열릴 것으로 보이는 G7 회담에서는 직전 유럽연합(EU)이 정상회담을 통해 결정한 러시아 추가제재 방침을 미국과 일본이 검토하고 G7 차원의 공동대응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G8 회의는 6월에 동계올림픽이 열린 러시아 소치에서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서구의 반발로 회담은 연기된 상태다. "회담 연기 외에는 결정된 게 없다"(메르켈 독일 총리) "러시아가 추가 조치를 한다면 G8 추방을 논의해야 한다"(캐머런 영국 총리) 등 미묘한 의견 차이가 있지만 러시아의 G8 제외는 거의 기정사실이 되는 분위기다.
이런 조치에 푸틴이 별로 부담을 느낄 것 같지는 않다. 푸틴은 G8회담을 두고 "서로 의견을 경청하는 자리가 아니다"며 불편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왔다. 대통령 취임 직후 2002년 미국에서 열린 회담에는 메드베데프 총리를 대신 보냈다.
푸틴은 "G20 같은 틀이 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며 G8을 대체할 논의의 장으로 본다. 러시아에 압박이 되려면 G20 배제 정도의 카드가 나와야 할 판이다. 실현 가능성은 불확실하나 움직임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줄리 비숍 호주 외교부 장관은 19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인사 12명에 대해 금융 및 입국금지 제재를 내렸다고 발표하면서 11월에 브리즈번에서 열리는 G20 행사와 연계한 추가 제재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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