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머레이(27ㆍ영국)가 4대 메이저 테니스 대회 ‘우승 청부사’로 영입한 코치 이반 렌들(55ㆍ미국)과 2년여 만에 결별했다.
머레이는 20일(이하 한국시간)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렌들 코치에게 영원히 감사한 생각”이라며 “새 코치 선임은 우리 팀원들과 더 고민해보겠다”고 전했다. 렌들도 “머레이와 함께 한 지난 시간은 환상적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2011년 말, 머레이와 손을 잡은 렌들은 2년여 동안 메이저대회(US오픈ㆍ윔블던) 우승컵 2개와 올림픽 단식 금메달로 머레이를 이끌었다. 머레이는 이전까지 메이저 결승에 4차례 올랐으나 모두 준우승에 그쳐, 멘탈이 빈약하다는 비난을 들었다. 하지만 렌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메이저 우승컵 숙원을 풀었다. 머레이는 특히 2013년 영국선수로서 77년만에 윔블던 단식 챔피언트로피를 들어올려 테니스 역사에 굵은 이정표를 남겼다. 통산 메이저 정상을 8차례 밟은 체코출신 렌들 역시 머레이처럼 메이저 우승 문턱에서 4차례나 미끄러진 경험이 있었기에, 머레이와 찰떡 궁합을 이룰 수 있었다는 평이다.
ESPN은 이날 “머레이-렌들 조합은 매우 효율적인 성과를 냈지만 최근 긴장감이 눈에 띄게 높아졌었다”며 “결국 원만하게 결별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렌들의 역할은 지난해 6월 머레이의 윔블던 우승으로 사실상 끝났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후 머레이는 등 부상에 시달렸고, 우승 갈증을 풀어야 하는 뚜렷한 동기부여도 얻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렌들이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었다. ESPN은 “렌들이 투어대회를 전전하면서 여행용 가방을 싸는 등 길바닥에서 시간을 허비했고, 때론 골프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꼬집었다.
가디언과 BBC등 영국언론들은 “렌들은 많은 말을 하지 않았지만 솔직함과 경험으로 머레이의 숨는 잠재력을 이끌어냈다”고 후한 점수를 매겼다. 렌들은 이들 언론에 “머레이는 지난주 인디언웰스 오픈 16강전 밀로스 라오닉에 역전패한 이후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며 섭섭함도 내비쳤다.
남은 관심은 누가 렌들의 후임으로 머레이의 코치석에 앉을 것인가로 쏠린다. ESPN은 트위터에 매츠 빌란더(50ㆍ마라트 사핀 코치), 대런 카힐(49ㆍ안드레 애거시 코치), 래리 스테판키(57ㆍ앤디 로딕 코치) 등이 후보 군에 올라있다고 전했다.
반면 인디펜던트는 머레이가 지난해까지 노박 조코비치의 수석코치를 역임했던 마리안 바다(49ㆍ슬로바키아)에게 흥미를 느끼고 있다고 전해 눈길을 끌었다. 이와 별도로 애거시(44)와 존 매켄로(55)도 자신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거론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당분간 코치 없이 홀로 대회에 나설 머레이는 현재 진행중인 남자프로테니스(ATP) 마이애미 오픈이 끝나면, 내달 4일 국가대항전 데이비스컵 출전을 위해 영국 대표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이어 유럽대륙에서 열리는 클레이 시즌은 건너뛰고 5월 프랑스 오픈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