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외나무다리에서 다시 만났다. 무대는 챔피언 결정전이 아닌 4강 플레이오프다. 서울 SK가 23일 ‘디펜딩 챔피언’ 울산 모비스와 리턴 매치를 벌인다. 지난 시즌 4전 전패로 무너졌던 아픔을 설욕할 기회다.
SK는 6강 플레이오프에서 고양 오리온스를 3승1패로 누르고 4강에 올랐다. 5차전까지 갔더라면 하루 쉬고 곧바로 경기를 해야 하는 체력적인 부담을 떠안을 수 있었지만 시리즈를 일찍 마쳐 충분한 휴식 시간을 가졌다. 올 시즌 정규리그 6차례 맞대결에서는 SK가 4승2패로 우위를 보였다.
문경은(43) SK 감독은 20일 모비스와의 맞대결을 앞두고 “이번 4강이 결승전이라는 각오로 나서겠다”며 “여기서 이긴다면 챔피언 결정전은 또 다른 하나의 대회라고 여기고 준비할 예정”이라고 각오를 내비쳤다. 이어 “김선형-애런 헤인즈, 김선형-코트니 심스 위주가 아닌 다른 선수들의 공격 옵션을 늘리고 수비에서는 3-2 드롭존(지역방어)과 대인방어를 혼합해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선수들 역시 똘똘 뭉쳤다. 김선형(26)은 “지난해 시리즈전적 4-0으로 진 만큼 안 밀리도록 좋은 경기를 할 것”이라며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왼쪽으로 돌파하는 경우가 많아 모비스에 전술이 노출됐는데 올해는 양쪽으로 잘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또한 “전체적으로 팀 전력이 강해졌다. 나 말고도 (변)기훈이도 2대2 플레이가 가능하고, 높이가 좋은 코트니 심스도 있다. 특정선수에게 의존하지 않고 고른 선수가 득점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올 시즌 정규리그 우승 실패를 자신의 탓으로 돌린 박상오(33)는 각오가 남다르다. 그는 “모비스와 5라운드 맞대결을 이겼다면 우리가 정규리그 우승을 할 수 있었는데 내가 슛을 못 넣어 그 경기를 졌다”며 자책한 뒤 “4강 플레이오프에서는 상대 키 플레이어 문태영(36)을 그림자처럼 따라붙어 공을 쉽게 잡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4강에 직행한 유재학(51) 모비스 감독은 올라올 팀이 올라왔다는 반응이다. 유 감독은 “지난 시즌보다 SK가 강해졌다. 단기전에서는 집중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선수들 스스로 잘 알고 있다. 치열한 정규리그 순위 싸움처럼 재미있는 승부를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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