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5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서 박모(52)씨가 어른 한 명이 간신히 발 뻗고 누울 수 있는 크기의 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쪽방촌에서 발생한 고독사(孤獨死)는 올해 들어서만 벌써 6명째다. 박씨는 오랜 노숙생활 끝에 폐렴과 패혈증을 얻었고, 넉 달 전부터는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으로 쪽방촌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집을 얻은 뒤에도 건강은 더욱 악화됐다. 최근에는 밥을 넘기지 못하고 피까지 토했다. 이웃들은 시신으로 발견되기 나흘 전, 길을 걸어가던 박씨를 마지막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900여명이 사는 동자동 쪽방촌은 영등포 종로 동대문 등 서울의 5개 쪽방촌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서울역과 남대문시장에서 일용직으로 살아가거나 무직인 주민들은 대부분 박씨처럼 질병을 앓고 있다.
건강세상네트워크가 이곳 주민 225명을 대상으로 2012년 실시한 '동자동 쪽방주민 건강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혈압 환자는 50%를 넘었고, 관절염(29%) 치과질환(25%) 당뇨(23.1%) 등을 앓고 있었다. 주민의 절반 가량(40.4%)은 장애를 갖고 있었다. 6년째 이곳 쪽방촌 주민 진료활동을 해온 유옥진(61) 방문간호사는 "결핵과 천식 환자도 많은데, 노숙생활 때 얻은 결핵이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쪽방촌 주민 중 절반 이상이 노숙 경험이 있으며, 이들의 평균 노숙기간은 3년에 달한다.
정신건강도 좋지 않았다. 설문에 응한 쪽방 주민 60% 이상이 '최근 1년간 자살을 생각해봤다'고 답했고, 이 중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주민도 21.9%나 됐다.
하지만 주민들의 건강이 좋아지기를 바라기엔 환경이 너무나 열악하다. 평균 5.82㎡(1.76평)에 불과한 방에 거주하며, 목욕시설이 없는 곳도 절반이 넘는다. 주민 대다수(87.9%)가 혼자 산다.
서울시가 위탁 운영하는 서울역 쪽방상담소가 있지만 역부족이다. 방문간호사가 상담소에 등록된 650명을 방문해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의료기관을 연계해주고 있다. 매주 반찬을 나눠주고 한 달에 한 번은 무료진료도 이뤄진다. 하지만 주민 3분의 1은 등록도 되지 않은데다 계속 거처를 옮기는 탓에 체계적인 관리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곳 주민들은 재활, 만성질환 관리 등에 중점을 두는 보건지소가 동자동에 들어오길 바라고 있다. 주민들이 수 차례 구청에 민원을 했지만 3㎞정도 떨어진 곳에 용산구보건소가 있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숙 건강세상네트워크 활동가는 "건강이 좋지 않은 주민들이 좀더 찾아가기 쉬운 기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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