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성형수술 중 숨지거나 뇌사상태에 빠지는 사고가 잇따르면서 환자 안전대책에 빨간 불이 켜졌다. 특히 성형외과 전문의 교육을 받지 않은 의사들이 돈이 되는 성형 분야로 대거 몰리면서 이들에 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M의원에서 박모(34ㆍ여)씨가 성형수술을 받다 호흡곤란에 빠져 사망했다. 2일에는 부산의 한 병원에서 30대 남성이 턱 성형수술을 한지 사흘 만에 숨졌다. 수술을 한 의사들은 각각 산부인과와 치과 전문의로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니었다.
현행 의료법상 비전문의라도 성형수술을 하는 데 제한을 두지는 않는다. 그러나 위험이 따르는 수술의 경우 비전문의에게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고 전문의들은 지적한다. 강남의 한 성형외과의원 원장은 "5년간 전공의 과정을 거치고 자격시험을 통과한 전문의와 비교할 때 비전문의의 숙련도가 떨어진다"면서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안면윤곽술, 감염 우려가 큰 가슴 수술 등은 비전문의에게 버거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한성형외과의사회(개원의 단체)에 따르면 2010년부터 최근까지 언론에 보도된 성형수술 사고(사망ㆍ뇌사ㆍ심각한 부작용) 28건을 자체 분석한 결과 비전문의가 집도한 수술이 82%(23건)에 달했다.
일반인이 전문의와 비전문의를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병원 간판이 유일하지만 이마저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 현행 규정상 전문의가 있는 병원만 간판에 상호와 성형외과 글자를 같은 크기로 해 '○○성형외과의원'으로 쓸 수 있다. 비전문의 병원은 '○○의원 진료과목 성형외과'로 표기해야 하며 '성형외과'는 상호 크기의 절반 이하로만 쓸 수 있다.
본보가 서울 신사동 일대 '성형외과 거리'를 확인한 결과, 상당수가 이런 규정은 지키지 않고 있다. J성형외과는 원장이 이비인후과 전문의였고, 원장을 '아티스트'로 소개한 C성형외과 역시 비전문의 병원이었다. 황규석 성형외과의사회 윤리이사는 "간판만 보고 전문의로 착각해 수술을 받았다가 부작용이 생긴 사례가 잇따라 관계당국의 단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관리감독 기관들은 뒷짐을 지고 있다. 강남구 보건소 관계자는 "관할지역에 상급병원 4개를 포함해 병ㆍ의원이 2,400개에 달하는데 담당 공무원은 3명뿐"이라며 "신고가 접수되면 조사해 시정조치를 하지만 현장 단속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더구나 보건복지부는 성형외과 현황과 피해 상황에 대한 실태조사를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황 이사는 "일부 의원들이 국제성형외과 전문의 등 공인되지 않은 전문의나 전문의협회를 표방해 2007년부터 복지부에 단속을 요청했으나 아직 답변이 없다"며 "'짝퉁' 전문의 때문에 국민들이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침해 당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오히려 의사단체를 중심으로 자정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성형외과 전문의 단체인 대한성형외과학회는 20일 이사회를 열어 ▦수술동의서 작성시 올바른 안내 ▦응급소생술 준비 철저 등을 내용으로 한 '환자 안전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계획이다. 이 학회 고경석 이사장은 "전문의부터 시작해 성형업계 전반의 환자 안전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가이드라인"이라고 설명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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