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사람에게도 이날 모노레일 시승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대봉동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후 파동에 터를 잡기까지 수십년간 나름대로 대구를 잘 안다고 자부한 고정관념이 이날 대구도시철도 3호선 시승 한 번에 깨졌다. 지상 2m도 되지 않는 눈높이로만 골목을 누비다 10m 높이에서 '버드 아이'(Bird Eye)로 내려다본 대구는 딴 세상이었다. 모노레일로 23.95㎞의 도심을 누비는 대구도시철도 3호선은 신개념 교통수단이자 지상의 시티 투어였다.
19일 오전10시 대구도시철도 3호선 종착역인 북구의 칠곡 경대병원역. 3호선 전 구간에 대한 모노레일 주행 시승행사가 시작된 이 역은 향토 육군50사단과 경북외국어대 주변에 있었다. 계단을 올라 높이 11m의 역사로 올라가니 노란 바탕에 흰색과 검은색 줄이 선명한 전동차 1편성(3량)이 대기하고 있었다. 아직 손잡이 비닐도 뜯지 않은 새 전동차였다. 원래 무인자동시스템이지만 이날은 종합 시운전을 위한 시승행사여서 기관사와 전동차를 제작한 히타치 기술자 등 2명이 수동으로 조작하고 있었다. "301호 전동차 출발하겠습니다"라는 기관사의 안내 방송과 함께 어른 가슴 높이의 스크린 도어와 전동차 문이 닫혔다. 폭 85㎝의 빔 하나에 올려진 전동차가 소리없이 미끄러지자 잠시 허공에 떠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전동차가 속도를 내면서 팔거천의 오리도 보이고, 대구농산물도매시장의 청과시장도 한 눈에 들어왔다. 경부고속도로 상하행선의 차량 행렬을 위로 횡단하자마자 넓은 금호강 풍경에 가슴이 탁 트였다. 이는 가로 194㎝, 세로 100㎝나 되는 전동차 유리 창문 덕분이기도 했다. 20분쯤 지났을까. 만평역 앞에서 창문이 우윳빛으로 뿌옇게 흐려졌다. 인근 주택과 상가 등의 사생활보호를 위한 창문흐림장치를 작동한 것이었다. 약간의 진동과 정차 시 소음도 그런대로 견딜만 했다. 시내버스 평균 소음이 62㏈인데 비해 3호선은 58㏈이었다. 시민들은 궤도빔 위에 전동차가 달리는지도 모른채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전동차가 직각으로 방향을 바꾼 북구청역과 계명대역 주변에서는 무게중심이 한쪽으로 확 쏠렸다. 궤도 자체가 비스듬히 설계된데다 시속 25㎞의 저속운행을 하다보니 쏠림현상이 두드러진 탓이지만 안전 걱정은 붙들어매라는 것이 도시철도건설본부 관계자의 말이다. 차량마다 주행륜과 안내륜, 안정륜이 궤도빔을 좌우에서 받치고 있어 초당 70m의 바람과 리히터규모 6.5의 지진에도 안전하다는 것. 무인운전시스템으로 운행되지만 열차 고장 시 옆이나 뒤쪽 열차로 승객이 건너갈 수 있고, 미끄럼 통로를 통해 지상으로 탈출할 수 있는 '스파이럴슈트'도 1편성 당 4개가 설치돼 있었다. 전배운 대구도시철도건설본부 건설1과장은 "모노레일은 50년 이상 검증된 시스템이기 때문에 신뢰성과 경제성, 안전성 모든 방면에서 뛰어나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11시10분쯤 종착역인 용지역에 정차, 궤도빔을 바꾼 후 역방향으로 출발한 전동차는 다음달부터 3호선 전 구간에 대한 기술시운전을 실시한다. 시운전은 전동차 제동과 가속, 감속, 소음, 진동, 유도장애, 보호장치 동작 확인, 지상설비 연계 동작시험을 하게 되며 공차 및 만차, 자동 및 수동운전 등 다양한 조건을 테스트한다.
2009년 6월 착공한 3호선 본선 구간에는 높이 10m 안팎의 교각 692개가 세워져 있고 13∼30m 길이의 궤도빔 1,316개가 연결돼 있다. 전동차 크기는 길이 15.1m, 폭 2.9m, 높이 5.24m이며 1편성의 정원은 265명이며 출퇴근 시간에는 390명까지 승차할 수 있다. 현재 차량 84량 중 63량을 반입했으며 나머지는 다음달 모두 들여온다. 정거장 30곳, 차량기지 2곳, 금호강과 신천을 가로지르는 특수교량 2곳이 설치된 3호선의 2월말 현재 공정률은 90%다.
이날 3호선을 시승한 김범일 대구시장은 "도심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모노레일은 대구의 명물이 될 것"이라며 "시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안전성이 최종적으로 확인된 후 개통하겠다"고 말했다.
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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