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수상해 기상청 홈페이지를 들여다 보니 대설예비특보와 황사먼지 예보와 봄꽃의 개화기 곡선이 동시에 떠 있다. 어쨌거나 봄, 남녘의 돌담길이 파스텔톤으로 물드는 풍경은 이번 주말부터 보름 가량이 절정이다. 섬진강 하구에서 시작된 꽃사태는 이달 말 지리산을 넘어 전국으로 번져간다. 봄꽃 나들이를 계획한다면 지금이 그 때. 달력과 볼펜을 앞에 두고 먼저 쭉 한 번 기지개를 펴자. 그리고 전국 봄꽃 축제 날짜를 한번 꼽아 보자.
광양 국제 매화문화축제
꽃 잔치에 굳이 '국제'라는 표현을 넣어야 했을까 싶지만 가 보면 그럴 법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관해난수(觀海難水). 매화 흐드러진 봄의 섬진강을 다녀온다면 당분간 어디 가서 아름답다는 말을 뱉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축제는 22일부터 30일까지 9일간 시 전역에서 열리는데 중심지는 다압면에 있는 매화마을이다. 길이 솔찬히 막힐 게 뻔하니 광주까지 가서 버스를 이용하는 게 이래저래 현명하다. 축제 기간 광주 광천터미널에서 다압면 행사장까지 버스가 운행된다. (061)797-3714
구례 산수유 꽃 축제
광양에서 19번 국도를 타고 섬진강을 거슬러 오르면 지리산 서쪽 자락, 구례군 산동마을에 닿는다. 이곳에선 햇병아리 색깔의 봄을 만나게 된다. 산수유꽃이다. 축제 기간은 광양 매화마을 잔칫날과 같다. 지리산온천 부근부터 노란 꽃잎이 안개처럼 퍼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자세히 보면 그 노란빛 속에 빨간색이 섞어 있다. 지난해 맺힌 열매인데 따지 않고 놔둔 열매가 새 꽃과 어울려 이루는 색의 대비가 아찔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구례보다 남원 쪽이 더 편하다. (061)780-2726
진해 군항제
명불허전의 대한민국 대표 봄꽃 축제. 4월이면 시내 곳곳 36만여 그루의 벚나무가 한꺼번에 만개한다. 여좌천의 꽃개울과 경화역의 꽃철길은 국내에서 벚꽃의 아름다움을 가장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장소로 꼽힌다. 올해 축제는 4월 1일부터 10일까지. 50년 넘게 이어져온 축제이니만큼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이순신 장군 추모대제, 승전행사 퍼레이드, 예술문화공연 등이 열리며 팔도 풍물시장도 벌어진다. 평소 굳게 닫혀 있던 해군진해기지사령부와 해군사관학교도 이때 문을 연다. (055)225-2341
영암 왕인문화축제
일본에 백제 문화를 전해준 왕인 박사를 기억하기 위한 축제이지만 봄꽃 축제로 즐기기에도 전혀 손색 없다. 축제 기간(4월 4~7일) 영암 학산면 독천리에서 왕인유적지로 이어지는 819번 지방도 약 28㎞ 구간이 통째로 아름다운 벚꽃 터널이 된다. 5, 6일에는 영암군민과 예술인들이 참여하는 초대형 길놀이가 진행되는데, 그 풍경 또한 벚꽃 터널 못지않은 장관이다. 영암은 기(氣)의 고장이다. 월출산 기 체험, 기찬묏길 트레킹 등 기를 받아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061)470-2350
여수 영취산 진달래축제
꽃구경과 함께 가벼운 등산을 원한다면 여수가 정답. 영취산(510m)엔 출렁이는 능선도, 수려한 암릉도 없지만 4월이면 전국 어디보다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산이 된다. 진달래 덕분이다. 30~40년생 진달래 수만 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봄마다 온 산을 진홍빛으로 타오르게 만든다. 어느 코스를 선택하든 4시간이면 넉넉히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이른바 '진달래 코스'는 상암초교에서 흥국사, 봉우재 거쳐 정상에 오르는 길. 4월 4~6일 영취산 일원에서 축제가 진행된다. (061)659-4743
금산 산꽃나라 걷기여행
4월 19일, 충남 금산에서는 축제라는 이름 대신 걷기여행이라는 타이틀을 단 행사가 마련된다. 장소는 금산군 군북면 산안리 보곡 산꽃단지. 행사장이라기보다 온갖 봄꽃이 만개한 고즈넉한 숲길이다. 산벚꽃을 비롯해 조팝나무, 산딸나무, 병꽃나무, 생강나무와 다양한 야생화가 무공해 자연 속에서 지천으로 피어난다. 산골이라 평지보다 개화기가 늦기 때문에 조용하고 느긋한 봄꽃 여행을 바라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 꽃으로 단장한 숲길을 걸으며 숲 속 미니음악회, 산꽃 초콜릿 만들기 등을 즐길 있다. (041)750-2413
태안 튤립 축제
봄의 끝머리에서 가장 원색적인 꽃의 향연을 즐길 수 있는 축제. 4월 25일부터 한 달 간 충남 태안군 남면 마검포해수욕장 부근에서 열린다. 2007년 기름유출 사건으로 큰 피해를 입은 바로 그 자리다. 어려움에 처한 농어민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기획된 행사다. 이 축제엔 시놉시스가 있다. 바다가 검게 변해 용왕님이 병들자 자라(별주부)가 육지로 가서 튤립과 백합, 다알리아를 약으로 구해온다는 것. 튤립 축제에 이어 백합, 다알리아 축제가 잇달아 열린다. (041)675-7881
유상호기자 shy@hk.co.kr
자료 및 사진 제공 피앤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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