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판 격쟁(擊錚)이 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리는 '규제개혁장관회의 겸 민간합동규제개혁 점검회의'에 대한 청와대 관계자의 말이다. 억울한 백성이 징을 치고 궁궐로 뛰어들어가 자기 사연을 임금에게 호소했던 조선시대 '격쟁'처럼, 기업인은 물론이고 '암 덩어리' 규제로 삶이 팍팍해진 영세 자영업자의 이야기까지 대통령이 직접 듣고 '끝장 토론'으로 해법까지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회의를 총괄하는 국무총리실도 열띤 토론이 가능하도록 만반의 준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당초 17일이던 회의를 사흘 뒤로 미루면서 "민간 참가자를 대폭 늘리고 시간 제약 없이 이야기를 들으면 좋겠다"는 지시까지 내린 이후, 각 부처에서 다양한 부류의 규제관련 민원인을 소개받아 최종 참가자를 확정했다. 이 과정에서 원래 4, 5명에 불과했던 민간 참석자가 60여명으로 늘어났고, 전체 참석자 규모도 160명 가량으로 확대됐다. 이번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에서 열린 회의로는 최대 규모다.
총리실이 확정한 민간 참석자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등 평소 정부 회의에 단골로 참석했던 관계자 이외에도 치킨집 사장 등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도 다수 포함됐다. 불필요한 규제를 "쳐부숴야 할 원수"라고 부를 정도로 규제개혁 의지가 강한 대통령 의중에 맞게 행사 내용을 재조정하고, 이를 계기로 국정 전반에 대대적인 규제혁파 분위기를 전파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 과정이 TV로 생중계되는 회의는 각 부처 장관, 감사원 사무총장 등 정부측 참가자보다는, 민간 참석자들에게 발언 기회를 최대한 부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1세션에서는 박 대통령 모두 발언에 이어 '규제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민간 부문에서 20여명이 나와 애로 사항을 호소하고 관계 부처 장관이 응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규제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2세션에서는 규제개혁 성공ㆍ실패 사례가 소개되고, 규제개혁의 효과적 방법을 놓고 5대 산업분야를 중심으로 전문가들도 가세하는 토론이 이어진다.
회의는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예정돼 있지만 이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대기업 관계자부터 자영업자까지 각 계층 참석자로부터 규제 폐해에 대한 생생한 목소리를 가감 없이 듣겠다는 게 대통령 의중이기 때문이다. '끝장토론' 형식이 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규제개혁을 왜 하는지, 규제개혁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성공ㆍ실패 사례는 무엇인지 등을 놓고 토론이 진행될 것"이라며 "(대통령과 장관이)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다는 게 이 행사의 가장 중요한 취지"라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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