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보은 농민들은 경운기를 몰고 들에 나갔다가 막걸리를 한 잔 걸쳐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경찰이 대리로 경운기를 운전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보은경찰서(서장 김진광)는 농사철 농민들의 음주운전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경운기 대리운전 서비스를 실시키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술을 마신 농민이 가까운 지구대나 파출소로 연락하면 경찰관이 출동해 경운기를 운전해주고, 농민은 순찰차로 집까지 모실 참이다.
경운기 운전은 우선 경운기를 다룰 줄 아는 농촌 출신 경찰관에 맡기기로 했다. 농민들의 이용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젊은 직원들에게 경운기 운전법을 가르치는 방안도 생각 중이다.
경운기는 음주운전 단속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연로한 농촌 어르신들이 농사일 도중 막걸리를 마셨다가 술기운에 경운기 사고를 내는 일이 적지 않아 예방책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보은에서도 매년 경운기 사고로 크고 작은 부상을 입는 농민이 10여명이 넘는다.
경운기 대리운전 아이디어는 내북파출소가 냈다. 농촌 어르신을 위한 맞춤형 시책을 궁리하던 파출소 직원들은 농번기 경운기 사고가 줄지 않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정희 내북파출소장은 "경운기 운전이 어려울 때 언제든지 연락만 하면 경찰이 집까지 안전하게 모시겠다"며 "음주뿐 아니라 몸이 아프거나 곤란한 일을 당했을 때도 전화만 주시면 한걸음에 들판으로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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