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보궐선거 나간다고 임기가 3개월이나 남은 광역시장직을 사퇴한다고…”
6ㆍ4 지방선거가 두 달여 앞둔 울산에 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차기 시장이 누가 될 지가 초점인 국면에 3선 연임 제한에 걸려 이번 선거와 아무 관련 없는 현직 시장의 거취가 관심이 되고 있다.
지역 정가에선 박맹우 울산시장의 시장직 사퇴가 초읽기에 돌입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구체적으론 박 시장이 21일 울산시의회에 시장직 사퇴서를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골자다, 실제 그는 이달 초순께 사퇴 결심을 굳히고 여론추이를 지켜봐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6월 말까지 임기를 3개월 남겨놓고 사퇴를 하려는 것은 공직선거법(53조5항)상 ‘지방자치단체장이 관할구역과 겹치는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경우 선거일 120일 전까지 사퇴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으로, 4월 1일이 사퇴 시한이다. 또 지방자치법 시행령(제29조)상 사임통지는 사임하고자 하는 날 10일전까지 시의회에 통보토록 돼 있어 21일이 사퇴 마지노다.
중도 사퇴설의 배경에 대해선 두 가지 얘기가 나돈다. 하나는 새누리당 수뇌부와 교감설. 당이 미는 특정후보 지지를 전제로 박 시장에게 지침을 내렸다는 것. 또 하나는 개인적 권력욕이다. 임기를 무사히 마치고 2016년 총선까지 기다릴 경우 2년간 공백이 너무 길어 잊혀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경우든 명분을 찾기 힘들다. 보선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회의원 하기 위해 행정공백을 감수하겠다는 것은 자치행정을 폄훼하는 행위다. 수뇌부와의 교감이라면 공무원의 정치중립 의무를 저버렸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현재 새누리당 을산시장 후보로 국회의원 2명과 전직 국회의원 1명, 전 구청장 1명 등 4명이 출마선언을 한 상황이어서 현직 광역시장이 국회의원 보선에 나가기 위해 사퇴한다는 것은 “국회의원 2명 중 1명이 시장에 당선되길 바란다”라는 자신의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출한 고도의 정치행위로 읽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시장후보 경선은 다음달 13일이다.
정의당 조승수 울산시장 예비후보는 이날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12년 재직하고도 또 다른 권력을 위해 3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사퇴한다는 것은 시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기자들 사이에선 이 논란을 두고 내기를 거는 분위기도 있다. “욕 먹는 건 순간이지만 권력욕은 무한할 것”이라는 개인적 현실론과 “시민의 마음을 잃으면 결국 다 잃게 된다”는 사회적 명분론이 그것이다.
목상균기자 sgm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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