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컬링은 그 동안 ‘흰 도화지’에 꽤 많은 그림을 그렸다. 2012년 세계선수권 4강,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통해선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21세 이하 주니어 대표팀도 올 세계선수권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컬스데이’ 열풍에 한 몫 했다.
이제 한국은 안방에서 열리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메달권 진입을 새 목표로 하고 있다. 소치 대회(3승6패ㆍ8위)의 성적을 토대로 강호들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분하다. 단, 스위스는 한 번쯤은 넘어야 했다. 대표팀은 지난해 기준 세계랭킹 1위 스웨덴, 2위 캐나다 등은 모두 이겨봤지만 스위스 벽만은 넘지 못했다. 스위스는 세계랭킹 4위다.
한국이 마침내 스위스를 꺾었다. 스킵(주장) 김지선(27), 이슬비(26), 신미성(36), 김은지(24), 엄민지(23ㆍ이상 경기도청)로 구성된 대표팀은 19일(한국시간) 캐나다 세인트존에서 열린 2014 세계여자선수권대회 예선 풀리그 7차전에서 스위스를 9-2로 완파했다. 0-1로 뒤진 4엔드에 2점을 따내 역전한 한국은 5, 6엔드에도 연속 1점씩을 기록해 주도권을 잡았다. 또 2-4이던 8엔드에도 단숨에 5점을 획득, 상대의 백기를 받아냈다. 스위스는 7점 차로 점수가 벌어진 9엔드 도중 기권했다.
한국은 소치 대회 때 예선 2회전에서 스위스에 패하면서 초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첫 상대 일본을 12-7로 꺾은 뒤 스위스에는 6-8로 무릎을 꿇었다. 정영섭 대표팀 감독은 귀국 후 “세계 최강 스웨덴과 스위스는 충분히 잡을 수 있었는데 마무리를 잘못해 역전 당했다. 참 아쉬웠다”고 회상했다. 최민석 대표팀 코치도 “일본전을 이기고 스위스마저 꺾으면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대등하게 가다가 샷 실수가 나왔다”며 “컬링을 하면서 스위스를 한 번도 못 이겨봤다. 언젠가 꼭 이기고 싶다”고 했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소치에서의 패배를 앙갚음 했다. 2년 만에 세계선수권 4강 신화 재현도 충분히 노릴 수 있게 됐다. 12개 국가가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공동 1위는 캐나다와 스웨덴, 스위스(6승1패)다. 5승2패의 한국은 중국, 러시아와 공동 4위다. 한국은 4차례의 예선전을 남겨두고 있는데 20일 캐나다와 독일, 21일에는 미국, 스코틀랜드와 붙는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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