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전자랜드 ‘캡틴’ 리카르도 포웰(31)은 실력과 인성, 리더십 3박자를 갖춘 보기 드문 외국인 선수다. 용병이 한 팀의 주장 중책을 맡은 것은 2006~07 시즌 동부의 자밀 왓킨스 이후 두 번째다.
당시 조용한 성격의 왓킨스와 달리 포웰은 활발한 성격으로 코트는 물론 숙소에서도 팀 분위기를 띄운다. 또 습관적으로 상대 선수를 고의로 밀치는 애런 헤인즈(SK)와 달리 코트 매너도 좋다. 매사에 유쾌하고, 잘 웃어 팬들에게도 친숙하다.
특히 포웰은 팀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지난 13일 첫 딸을 얻는 순간 아내 곁을 지키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팀을 먼저 생각했다. 일년 농사를 좌우하는 플레이오프 기간인데다 함께 땀 흘린 동료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
유도훈(47) 감독은 미안함과 고마움이 교차했다. 다른 외국인 선수라면 집에 보내달라고 했을 텐데 포웰은 묵묵히 팀을 위해 뛰었다. 이에 유 감독은 인터넷으로 구매한 아기 용품 선물을 포웰의 미국 집으로 보냈다.
포웰은 경기력으로 화답했다. 지난 18일 부산 KT와의 6강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24점 10리바운드로 팀을 벼랑 끝에서 구했다. 동료들이 경직된 플레이를 하자 해결사로 나서 공격을 원활하게 풀었다. 또 벤치에 앉아있을 때는 누구보다 열렬히 동료들을 응원했다. 포웰은 이번 시리즈 4경기에서 평균 22.5점 7리바운드 1.3어시스트 1.3스틸을 기록 중이다. KT가 포웰을 경계대상 1호로 지목했지만 소용없었다.
포웰은 “지난해 플레이오프 때보다 몸이 좋다”며 “해결사 역할을 하는 것은 늘 즐겁지만 혼자 30점 이상을 넣는 것보다 팀이 이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팀 플레이를 강조했다. 이어 “건강한 딸을 얻어 매우 기쁘다”면서 “팀의 일원으로 가족들(전자랜드)을 위해 열심히 뛰는 부분도 있으나 그 밑바탕에는 진짜 우리 가족을 위해 뛴다는 생각이 있다. 가족 한 명이 더 늘어나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포웰의 힘으로 시리즈를 5차전까지 몰고 간 전자랜드는 20일 안방인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KT와 마지막 승부를 벌인다. 김지섭기자
한국스포츠 김지섭기자 onion@hksp.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