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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청춘이 활개치는 강촌의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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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청춘이 활개치는 강촌의 봄날

입력
2014.03.1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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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은 봄이다. 강촌에는 청춘들 항상 활개친다. 이러니 강촌은 언제나 봄이다. 오래 전에도 그랬고, 현재도, 또 당분간은 그럴 것 같은 ‘봄의 아지트’,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 강촌리. 꿈나라 같은 이곳으로 그 예쁘고 아름다웠던 봄날을 다시 누리러 간다. 마침 볕 좋은 봄이다.

●‘사랑의 성지’가 된 그곳

강촌까지 기차타고 간다. 요즘 코레일의 ‘ITX-청춘’ 열차가 서울 용산역에서 강촌 거쳐 춘천까지 다닌다. 이렇게 대성리 지나고 청평 지나고 닿는 강촌이 제멋이다. 서울 상봉역에서 강촌 지나 춘천까지 가는 경춘선 전철도 있다. ‘뚜벅이족’ 연인이나 대학생들은 지금도 이 ITX-청춘 열차나 경춘선 전철 많이 탄다. 청춘은 이런 거다. 주저 없이 떠나는 것.

기차도, 기차역도 최신식으로 바뀌었다. 그래도 기차 타면 좋았던 날의 설렘 곱씹을 수 있다. 어느 시인은 ‘청춘을 돌아보면 여전히 가슴 두근거린다’고 했다.

자동차 가져간다면 북한강 따라 국도 46호선 이용해 본다. 오래전 부려놓은 추억들 하나씩 주워 담기 괜찮으니까. 다 필요 없고 일단 빨리 도착하려면 서울-춘천고속도로 이용해 강촌IC로 나간다.

새로 지어진 번듯한 강촌역은 북한강변에서 조금 떨어져 있다. 아치형 구조의 피암터널이 멋진, 강 옆의 옛 강촌역은 이제 레일바이크 승차장이다. 그래도 그래피티(벽에 긁거나 스프레이 페인트를 이용해 그린 그림)는 여전하다. 또 벽마다‘김OO ♡ 정OO’ ‘사랑한다’는 글씨 빼곡하다. 수많은 청춘들의 뜨겁고 소중한 사랑이다. 읽으려고 애써 관심 기울이지 않아도 눈에 들어오니 청춘들의 사랑은 또 유별나다. 이렇게 하나씩 읽다보면 없던 사랑까지 생기니 옛 강촌역은 사랑의 성지가 분명하다. 수많은 ‘사랑’이 거쳐 갔을, 역사 아래층 카페 ‘예인’도 여전히 영업 중이다.

●레일바이크 타고 ‘봄봄’의 무대로

강촌 명물이 된 레일바이크는 타 본다. 주말이면 사람들 제법 몰리니 미리 예약 해 둔다. 레일바이크는 그 유명한 신동면의 김유정역까지 약 8km 구간을 달린다. 1시간 30분쯤 걸리는데, 경사 심할 때 전기모터를 사용할 수 있어 생각만큼 힘들지 않다. 북한강 굽어보며 달리면 바람 시원하고 기분 상쾌하다. 풍경은 자동차 타고 가며 보는 것과 사뭇 다르다. 느릿하게 흐르는 천연한 자연이 마음을 얼마나 평온하게 만드는 지는 타 봐야 알 수 있다. 레일바이크는 강 건너로 달리는 자전거보다 느리다. 느림이 주는 아름다움이란 이런 거다. 두 눈이 아닌 심장 깊은 곳에 여운이 남는 풍경. 김유정역에서 강촌역으로 돌아오는 방법은 레일바이크를 타거나, 무료 셔틀버스를 타는 것. 이왕 왔으니 셔틀버스 시간 잘 맞춰 김유정역 일대를 구경한다. 돌아갈 때를 위해 셔틀버스 시간은 미리 알아두고 수시로 확인한다.

김유정역은 ‘봄봄’의 소설가 김유정(1908-1937)의 이름을 땄다. 원래는 신남역이었다. 역사는 한옥모양으로 다시 지었다. 옛 역사도 참 예뻤는데, 지금은 문이 굳게 닫혀있어 아쉽다. 그가 태어난 곳이 역이 있는 실레마을이다.

김유정은 1936년 ‘조광’에 실린 ‘오월의 산골짜기’를 통해 고향마을을 이렇게 소개한다. ‘나의 고향은 저 강원도 산골이다. 춘천읍에서 한 이십리 가량 산을 끼고 꼬불꼬불 돌아 들어가면 내닿는 조그마한 마을이다. 앞뒤 좌우에 굵직굵직한 산들이 빽 둘러섰고 그 속에 묻힌 아늑한 마을이다. 그 산에 묻힌 모양이 마치 움푹한 떡시루 같다하여 동명을 실레라 부른다.’ 문학촌 조성이 한창이라 마을 분위기 좀 산만하지만 이 글 떠올리며 상상력 발휘해본다. 그리고 시간 되는 데로 둘러본다. 생가 앞으로 금병산이 우뚝하다.

복원된 김유정 생가와 문학관은 가본다. 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다. 생가에서는 안마당에 꼭 들어간다. 생가는 ‘ㅁ’ 형태인데, 안마당 툇마루에 앉아 올려다보는 하늘이 참 예쁘다. 푸른 캔버스에 초록의 소나무 그려 놓은 그림이다.

생가 곳곳에는 소설 속 장면을 재현한 동상이 있다. ‘나’와 ‘점순이’가 닭싸움을 시키고, 또 한쪽에는 점순이 아버지가 점순이의 키를 잰다. 또 상상력 발휘해 본다. 소설 속 이야기 떠올리면 구수하고 아름다운 드라마가 눈앞에 펼쳐진다. 담장 옆에는 이 분위기에 딱 맞는 산수유가 노란 꽃을 피웠다.

실레마을은 김유정의 여러 작품 속에서 모티브가 됐단다. 금병산 등산로와 마을 에두르는 ‘실레이야기길’에는 ‘장인 입에서 할아버지 소리 나오던 데릴사위길’ 같은 작품 속 장면의 이름을 딴 재미있는 장소들이 숨어있다. 실레이야기길은 총 5.2km, 약 1시간 30분 거리다. 시간 되는데 까지 둘러본다. 문학관 앞 낭만누리에서 그의 소설 삽화전도 구경한다. ‘봄봄’ ‘동백꽃’의 삽화들이다. 예쁜 그림과 함께 훈훈한 소설 읽으면 마음이 봄처럼 화사해진다. 삽화전은 5월 15일까지다.

●예쁜 경강역까지 낭만 라이딩

강촌에선 강변 따라 자전거 타기도 좋? 자전거 빌리기도 참 쉽다. 라이딩 구간은 옛 강촌역에서 시작해 백양리역 거쳐 옛 경강역까지다. 약 8km 쯤 되는데 자전거 도로 잘 나 있는데다 북한강과 찰싹 붙어 달리는 길이라 경치가 참 천연하다. 복장과 장비 제대로 갖춘 자전거 동호인들도 달리고, 아이 뒤에 태운 아빠도 달린다. 등에 땀난다 싶으면 내려서 걷고, 발에 땀난다 싶으면 잠깐 쉬었다 간다. 강아지 데려 나와 산책하는 연인도 마주치고, 삼삼오오 걷는 아주머니들도 만난다. 봄 되니 만나는 이들마다 괜히 반갑다.

예쁜 간이역으로 사랑 받은 옛 백양리역은 보수 공사 한창이라 통과. 대신 붉은 벽돌 예쁜 옛 경강역으로 이 아쉬움 달랜다.

옛 경강역은 박신양, 최진실 주연의 영화 ‘편지’에 등장하며 떴다. 20년 가까이 된 일이지만, 역과 마주하면 당시의 먹먹한 감동이 어제 일처럼 선명해진다. 레일바이크의 열풍이 대단하긴, 대단한가보다. 옛 경강역도 레일바이크 승차장이다(가평철교까지 다녀오는 약 7.2km 구간. 약 1시간 10분 걸린다). 그래도 강촌역이나 김유정역과 달리 옛 역사의 모습 오롯이 남아 있는 것이 반갑다. 철로 옆 시간의 무게 묵직한 향나무도 여전하다. 창과 의자가 예쁜 대합실도 손 때 덜 탔다. 기차표 대신 레일바이크 승차권을 판매하는 매표창구도 그럭저럭 봐줄만하다. 이러니 꼭 레일바이크 타지 않아도 상관없다. 눈치껏 철길을 걷고, 역사 옆 소나무 아래 의자에 앉아 숨도 고른다. 경강역 방향 말고, 옛 강촌역에서 강촌교 건너, 강변을 따라 춘천 방향으로 난 자전거 도로도 아주 예쁘다.

조금 더 다이나믹한 라이딩을 원한다면 4륜 바이크(ATV)가 제격이다. ATV의 주무대는 강촌교 아래 강변 백사장 일대. 춘천방향으로 강촌 쪽 강변 비포장도로를 따라 달려도 된다. 물골 건너 쏜살같이 달리는 남자의 허리를 여자가 꼭 감싼다. 이러니 ‘오래되지 않은 연인’이라면 강촌에서 꼭 ATV 타 본다. 물론 아이들도 좋아한다.

봄 맞아 산행도 해 본다. 강촌교에서 춘천방향으로 차로 약 5분 정도 가면 삼악산 등선폭포 입구다. 매표소에서 폭포까지 500m 거리다. 성에 안찬다면 정상까지 다녀온다. 왕복 3시간 거리. 반나절 산행으로 제격이다. 기암도 멋지고, 중도와 붕어섬 품은 의암호 풍광도 장쾌하다.

●명품 수목원에서 기분 좋은 산책

제이드가든이 강촌에서 차로 약 20분 거리다. 남산면에 있는 유럽식 수목원이다. 지난해 이맘때 히트했던, 송혜교, 조인성 주연의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송혜교가 살던 집이 이 수목원의 레스토랑 건물이다. 유럽 고성을 연상시키는, 붉은 벽돌의 이 건물 통과하면 계곡 따라 20여개의 예쁜 정원이 나온다. 정형화된 정원은 프랑스나 이탈리아식, 자연적인 것은 영국식이다. 약 3,000종의 식물과 나무들이 여기서 자란다.

중앙 산책로 따라 걸어본다. 낙엽송 나무껍질을 깔아둬 양탄자처럼 푹신하다. 걷기 참 편하다. 분수가 솟구치는 공원, 수목원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스카이가든 잔디밭이 참 멋지다.

더디게 오는 봄을 기다리지 못하는 사람들 참 많다. 초록 완연하지 않아도 수목원이 제법 북적인다. 노랗게 핀 복수초와 볕 받아 연둣빛이 된 풍년화가 반긴다. 봄 무르익으면 풍경 더 예쁜 것은 당연지사. 꽃들 만발하고, 나무 푸르러 질 날 얼마 남지 않았으니, 그 때를 위해 이곳은 기억해 둔다.

사랑하는 사람과 볕 좋은 봄날 강촌 다녀오면 도시생활의 먹먹함을 훌훌 날려버릴 수 있다.

●여행메모

△강촌까지 야경 보며 갈 수 있게 된다. 코레일이 4월 11일부터 연말까지 매월 둘째, 넷째 금요일에 강촌역까지 테마열차 ‘ITX-청춘 추억의 낭만열차’를 운행한다. 이 열차는 매월 둘째 주에는 일산역→행신역→수색역→용산역→청량리역→강촌역, 넷째 주에는 부천역→영등포역→청량리역→강촌역을 거친다. 이동 중에 열차 안에서 DJ가 고객 사연 및 신청음악을 들려주고 경품 이벤트도 진행한다. 강촌역에 도착하면 라이브 공연이 진행된다. 코레일 철도고객센터 1544-7788

△옛 경강역. 옛 강촌역, 김유정역에서 레일바이크 탈 수 있다. 강촌역-김유정역 구간은 오전 9시부터 하루 4~5회, 경강역은 오전 9시부터 8~10회 운행한다. 각 2인 2만5,000원, 4인 3만5,000원이다. 무료셔틀버스가 강촌역-김유정역을 운행한다. 강촌레일파크 (033)245-1000

△제이드가든은 오전 9시부터 일몰 시까지 개장한다. 어른 8,000원, 중․고생 6,000원, 어린이 5,000원이다. 3월까지 1,000~2,000원 할인해 준다. 제이드가든 (033)260-8300

△강촌역 일대에 펜션 모텔 참 많다. 가족이 묵기에는 백양리역과 인접한 엘리시안강촌리조트(033-260-2000)가 괜찮다.

강촌(춘천)=글ㆍ사진 김성환기자

한국스포츠 김성환기자 spam001@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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