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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개혁] 카드대란·신용불량자 홍수 부른 '탈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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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개혁] 카드대란·신용불량자 홍수 부른 '탈규제'

입력
2014.03.18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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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카드대란과 뒤이은 신용불량자 사태의 원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카드사들의 탐욕적 영업행태도 문제였고, 국민들의 무차별적 카드사용도 문제였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과도한 규제완화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입을 모은다. 역대 가장 잘못된 규제완화 사례로 꼽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외환위기 이후 출범한 김대중 정부는 대대적인 신용카드 장려정책을 폈다. 카드사용을 용이하게 해 소비를 유도함으로써 내수를 진작하고, 숨은 세원을 포착하겠다는 의도였다.

신용카드 활성화정책의 핵심골자는 규제완화였다. 1999년 2월 총 여신액의 40%이상으로 정해놨던 카드사 신용판매 취급비중을 폐지한 것을 시작으로 5월에는 월 70만원이던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이용한도를 없앴다. 8월에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 도입(이후 2001년 8월 공제폭 10%에서 20%로 확대) ▦2000년 카드영수증을 추첨해 상금을 주는 신용카드영수증 복권제 도입 ▦2001년 카드사업 허가제의 등록제 전환 등이 쏟아져 나왔다.

가장 결정적 한방은 카드사의 '길거리 모집'허용이었다. 2001년 4월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가 주도해 영업점 밖에서, 즉 노상에서도 카드모집을 허용한 것이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카드사태 당시 정부도 소비자들도 카드가 빚이라는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며 "당시 규제 자체가 없었다고 보는 편이 맞다"고 말했다.

카드 규제완화는 결국 무분별한 신용카드 발급으로 이어졌다. 소득이 없는 실직자, 대학생, 심지어 사망한 사람 명의로까지 카드가 발급됐다. 2002년 당시 신용카드발급장수는 1억장을 넘어서며, 경제활동 1인당 무려 4.6장의 카드를 소지하는 기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한 카드사관계자는 "길거리에서 아무나 카드를 발급받는 다는 건 그냥 맘대로 외상을 쓰고 현금서비스를 받으라는 것도 같은 얘기였다. 생각해 보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무차별 카드발급은 '무조건 카드로 긁고 보자'는 풍조로 이어졌고, 그 결과는 신용불량자의 홍수였다. 2003년 신용불량자수는 무려 372만명에 달하게 되는데 이중 신용카드 관련 신용불량자 비중이 3분의 2(64%)나 됐다. 카드사들 역시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업계 1위를 달렸던 LG카드는 결국 매각되는 비운까지 겪었다.

전문가들은 금융분야의 경우 불필요한 간섭이나 규제는 풀더라도, 최소한 건전성 규제는 유지 및 강화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업은 그 자체가 규제로 움직이는 산업"이라며 "2008년 리먼사태도 규제완화의 산물이었던 만큼 현재 전 세계적으로도 금융관련 규제는 강화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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