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던 황숙주 전북 순창군수가 검찰 출두에 앞서 공무원과 법률대리인, 선거종사자 등과 선거자금의 출처와 사용처 등에 대해 진술 짜맞추기를 하는 등 사전 모의를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당시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황 군수를 기소하지 않았던 검찰은 재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18일 황 군수의 선거 연설원으로 활동한 A씨(49ㆍ여)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전북 임실 운암댐 근처 모 음식점에서 황 군수 부부와 비서실장, 순창군청 공무원(5급) 2명, 민주당 전 사무처장, 법률대리인, A씨 등 9명이 만나 검찰 조사에 대비한 사전 모의를 했다. 지난해 9월27일 전주지검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황 군수의 집무실과 자택, 건설업자 황모씨의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한 직후였다.
A씨에 따르면 이날 모임에서는 검찰이 압수한 장부에 기록된 3억6,000만원에 대한 자금 출처와 사용, 관련 인물 등에 대해 진술 짜맞추기와 검찰 조사에 대비한 답변서 등이 논의됐다. A씨는 순창 지역 유권자에게 쓴 1,000만원을 국내 유명 사찰 5곳에 나눠 기부한 것으로, 순창 모 단체에 건네진 250만원도 다른 용도로 쓴 것으로 거짓 진술기록을 만드는 등 적게는 10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의 지출 내역들을 짜맞췄다고 털어놨다. 이 내용에 따라 황 군수 비서실장, 건설업자 황씨, 선거종사자들이 검찰에서 똑같이 진술하도록 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이 자리에서 황 군수는 '내가 살아야 당신들이 살 것 아니냐', '당신들이 다 안고 가라'는 등의 발언을 했다고 A씨는 전했다.
A씨는 또 "황 군수가 건설업자 황씨와 나를 내연관계로 정리하고, 불법정치자금과 연관된 사람들과의 돈 거래는 채무로 정리하라고 지시했다"면서" 선거자금의 흐름과 검찰 조사 내용 등을 사전에 점검하고 검찰 참고인 조사에 응할 사람들을 만나 이 같은 내용을 사전에 전했다"고 말했다.
사전 모의는 임실의 음식점 외에도 A씨의 자택과 전북도청 인근 커피숍 등에서 10여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고 A씨는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순창군청 비서실장은 "갑자기 검찰 조사가 이뤄져 군수와 가족같이 지내는지인들이 모여 사건 내용을 정확히 인지하기 위해 모인 자리였다"며 "황 군수는 철저하게 사실에 입각해서 준비를 잘하라고 했을 뿐 진술 짜 맞추기를 하진 않았다"고 해명했다.
전주지검 관계자는"미국에서는 사법방해죄가 있어 처벌할 수 있지만 국내에는 처벌 조항이 없다"면서도 "A씨의 진술을 토대로 적용할 현행법률이 있는 지 검토해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달 6일 황 군수 부인과 건설업자 황씨는 지난 2011년 10월26일 치러진 순창군수 보궐선거과정에서 회계책임자를 통하지 않고 54차례에 걸쳐 9,500만원을 선거 비용으로 받거나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전주=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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