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크림자치공화국 주민투표 이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크림자치공화국의 러시아 합병 조약 서명 전 상ㆍ하원 합동연설에서 “크림 반도는 언제나 러시아의 떼어낼 수 없는 일부였다”고 말해 거듭 크림 합병 의지를 표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 CNN방송과 영국 BBC방송 등 주요 외신에 생방송으로 전 세계 중계된 50분간의 연설에서 “크림은 러시아의 구성원이 될 것이며 강력하고 안정적인 자주권을 가지게 될 것”이라며 “크림의 자주권은 오늘날 러시아만이 현실적으로 보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종일관 단호한 어조로 크림 주민투표의 합법성과 크림의 러시아로의 귀속에 대한 당위성을 거듭 주장했다. 특히, 러시아가 1954년 크림공화국을 우크라이나에 넘긴 사실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우크라이나로 크림을 양도한 것은 니키타 흐루시초프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개인적인 판단이었고, 또 당시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크림은 언제나 사람들 마음 속에 러시아와 불가분의 관계로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는 형제국인 만큼 크림 사태 탓에 관계를 훼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분열을 원치 않는다”며 “러시아가 크림에 이어 다른 지역도 합병할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크림 이외에 친러시아 성향인 우크라이나 동부 등 다른 지역에 대해서는 영토적 야심이 없음을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그는 현 우크라이나 과도정부를 향해 “신(新)나치”라고 지칭한 뒤 “그들은 권력을 잡고자 테러와 살인, 학살을 서슴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러시아 의회와 내각으로 구성된 참석자들은 수 차례 기립박수와 환호를 보내며 그의 연설을 지지했다. 이날 국정 연설 직후 푸틴 대통령과 크림 공화국 지도자들은 크림의 러시아 합병 조약에 서명한 뒤 환하게 웃으며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합병 조약은 러시아 헌법재판소의 승인과 상ㆍ하원의 비준을 얻어 발효된다.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러시아 상원의장은 “조약 비준 절차가 이번 주말까지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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