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18일 크림반도 병합 결정을 전후해 우크라이나에는 바야흐로 전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푸틴이 크림의 편입 요청을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는 군사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2008년 조지아와 달리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도 이제 무너져 내리고 있다.
크림공화국은 전날 독립을 선언하며 "영토내에선 우크라이나 법률이 적용되지 않으며 우크라이나 의회나 다른 국가 기관의 결정도 이행되지 않는다"고 밝힌 직후 나왔다. 크림 의회는 크림반도 내 우크라이나 자산을 몰수하고, 세바스토폴 등에 주둔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군대 해산도 명령했다. 크림반도 내에서 우크라이나의 그림자는 모조리 걷어내겠다는 것이다.
이를 불법으로 규정한 우크라이나는 군사 대응 준비를 분명히 했다. 크림반도가 주민투표 결과를 수용해 독립을 선언한 전날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국 예비역 동원령을 내렸다. 무기와 장비에 대한 예산도 할당했다.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대통령 권한 대행은 이날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앞으로 45일 동안 예비역을 소집할 것"이라며 "대상은 군복무 경험이 있는 자원자나 군사전문가 등 총 4만명"이라고 밝혔다. 수도 키예프 외곽과 서부도시 리보프 등에는 이미 징집센터가 마련됐다.
이고리 테흐뉵 국방장관은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러시아)침략군에 저항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크림에 주둔 중인 우크라이나 군은 계속 그곳에 머물 것이고 필요할 경우 군은 임무수행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도네츠크와 하리코프 등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동남부 지역 전선에 탱크를 접근 배치했다. 러시아가 크림반도에 개입하는 것을 경계하고 친러시아 성향이 강한 동남부 지역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다.
연일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동부 친러시아 지역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인 카리코프에서는 전날 약 3,000명의 시위대가 중앙광장에 모여 우크라이나 연방화를 묻는 주민투표 실시를 요구했다. 공업도시 도네츠크에서도 수천 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크림반도에서 국지전이 발생하면 이 지역에서도 무력충돌이 불거질 수 있다.
옛소련의 핍박을 받아 러시아 편입에 결사반대 해왔고 이번 주민투표도 집단 보이콧한 소수민족 크림타타르인들도 사태를 격화시킬 수 있는 변수다. 타타르인 일부가 러시아 병합을 막기 위해 무력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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