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일 정상회담 개최의 전제로서 고노 담화 계승과 야스쿠니 신사 참배 중단,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룰 고위급 협의체 가동 등 3대 조건을 일본 정부에 제시했다고 한다. 어제 한국일보 1면의 단독보도에 따르면 지난 12일 조태용 외교부 1차관과 사이키 아키타카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의 회담에서 이 같은 제안이 이뤄졌다. 그 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고노 담화 계승을 다짐하고, 위안부 문제에 대한 개인적 소회까지 밝혔다. 이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이례적 평가와 함께 차관회담의 성과라고 볼 만하다.
3대 조건은 일견 일본 정부에 적잖은 부담이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아베 총리의 고노 담화 계승 다짐 사실을 들어 이제는 한국 정부가 성의를 보여야 할 때라고 말한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 중단과 위안부 문제 차관급 협의체 구성 등 나머지 두 조건은 당장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으로 비친다. 물론 24일부터 이틀 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 앞서 일본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 그러나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 이후의 정상회담을 겨냥한다면 얘기가 다르다.
우선 야스쿠니 신사 참배 중단은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의 전례가 있다. 1982년 말 집권 이래 그는 85년 8월 15일 일본 총리로서 최초의 공식참배에 앞서 개인자격 참배를 9회나 했다. 그러나 85년 공식참배가 한중 양국과의 갈등으로 번지자 이듬해 관방장관 담화로 "공식참배가 일본에 의한 전쟁의 참화를 겪은 이웃나라 국민의 불신을 부른다"는 이유를 밝혔고, 87년 11월 퇴임할 때까지 개인자격 참배도 하지 않았다. 따라서 아베 총리가 최소한 총리자격의 참배를 보류할 가능성은 있다. 또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차관급 협의체 구성은 이명박 정부 말기에 고위급 물밑 협상의 경험을 잇고, 최근의 외교차관 회담을 정례화하는 선으로 조정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그 동안 위안부 문제에 대한 가시적 조치를 요구해 왔던 데 비하면 많이 문턱을 낮춘 것이다. 이번만큼은 일본 정부가 적극적으로 화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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